성장통인 줄 알았더니....희귀질환 파브리병

성장통인 줄 알았더니....희귀질환 파브리병

 

희귀병은 흔히 홀로 남겨진 고아에 비유된다. 발병하면 심한 고립감이 들고, 실제 희귀병 입양아라면 가족력과 유전율을 확인할 길도 딱히 없다. 희귀병 치료제 역시 고아 약으로 불린다. 이익이 별로 없어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치료제를 만들면 확실한 블루오션이 생기게 된다.

파브리병 진단까지 평균 15년... 신장,심장,뇌혈관 합병증 진행

병명조차 생소한 파브리병은 희귀병 중에서도 매우 드물다. 세계적으로 인구 4만~12만명당 1명꼴로 발견되는 초희귀병이다. X염색체를 통한 유전병으로 남성 환자는 딸에게만, 여성 환자는 아들과 딸 모두에게 물려줄 수 있다.

이 병은 ‘알파갈락토오스 A(α-GAL A)’라는 분해효소가 부족해서 생긴다. 이러면 당지질인 ‘세라마이드 트라이헥소사이드(GL-3)’가 체내 세포와 장기에 축적돼 다양한 증상과 합병증을 일으킨다. 당지질이 세포질 내 알갱이인 리소좀에 쌓여 ‘리소좀 저장 장애’로도 불린다.

보통 파브리병의 증상은 아동기부터 나타나 서서히 진행된다. 하지만 진단까지 평균 15년이나 걸린다. 초기 증상을 성장통으로 오인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발 저림과 땀 감소, 통증 등 말초신경병증이 대표적이다. 평균적으로 남성은 23세, 여성은 32세에 진단을 받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학 신경과 맥스 힐츠 교수는 “파브리병 초기 증세인 말초신경병증 징후를 단순한 성장통으로 여길 게 아니라 가족력이 있다면 적극적인 조기 진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남성 환자는 혈액 내 α-GAL A 효소의 존재 여부로, 여성은 이 효소의 활성화 수치가 정상이어도 발병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한 DNA 분석으로 진단한다.

조기 치료를 놓치면 파브리병은 신장과 심장, 뇌혈관에서 합병증을 일으켜 치명적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파브리병 환자 중 남성의 42%, 여성의 27%에서 부정맥이 발생했다. 뇌졸중 등 뇌혈관 장애를 동반한 환자도 남성 11%, 여성 8%를 차지했다.

이러한 합병증은 파브리병 환자들의 기대수명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성 환자는 15년, 남성 환자는 20년까지 기대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병이지만 드러나는 증상이 적어 우울증, 절망감, 외로움을 겪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환자들이 많다.

국내 환자 120명, 치료제 급여 확대... 파브라자임,파바갈,레프라갈 3파전

국내 파브리병 환자수는 현재 12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말초신경병증과 소섬유신경병증을 개선하고, 통증의 정도와 발현 횟수를 줄일 수 있다. 효소대체요법은 부족한 α-GAL A 효소를 체내 공급해주는 것이다.

국내 파브리병 치료제의 대표주자는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인 사노피그룹의 희귀질환사업부문 계열사인 젠자임코리아가 출시한 ‘파브라자임’이다.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의약청의 승인을 모두 받았다.

6개국에서 82명의 파브리병 환자를 대상으로 35개월간 진행된 파브라자임 임상연구에 따르면 조기치료를 할 경우 뇌졸중, 심부전 등 주요 합병증의 위험이 위약군에 비해 61%까지 감소했다.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신장 손상 환자의 경우 이러한 위험은 81%까지 줄었다.

지난 2월부터 보건복지부는 파브리병 치료제의 보험급여를 확대했다. 16~65세 환자로 국한했던 연령 제한을 없애고, 여성 환자의 경우 효소 활성화 수치가 정상이어도 유전자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으면 급여를 인정하도록 했다.

급여 확대 이후 국내 시장에는 파브라자임에 대적할 파브리병 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토종업체인 이수그룹 계열 이수앱지스가 국내 기술로 상용화한 ‘파바갈’이 지난 5월 시장에 출시되며 경쟁 체제를 갖췄다. 파바갈은 세계적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은 3번째 파브리병 치료제다. 지난 8월에는 SK케미칼이 영국 제약사인 샤이어의 파브리병 치료제인 ‘레프라갈’을 도입해 시판허가를 받으며 경쟁에 합류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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