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올리면 흡연율 뚝...후속 조치 따라야
담뱃값 인상은 국내에서도 검증된 금연 정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립암센터가 국내 흡연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담뱃값을 올린 뒤 이듬해 성인 흡연율은 9.8%나 감소했다. 이는 1999~2010년까지 연평균 감소율이 1.7%에 그친 데 비해 6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국내 성인흡연율은 1995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담뱃값에 흡연경고문구 삽입, 담배광고 규제, 금연광고, 금연구역 확대 등 전면적인 금연 정책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9~2001년까지 전체 성인흡연율은 연평균 1.7%, 성인 남성흡연율은 연평균 3.3%로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흡연율이 뚝 떨어진 것은 2004년 이후다. 참여정부가 담뱃값을 5백원 올리자 36.2%이던 흡연율은 2005년에 26.4%로 급감해 위력을 발휘했다. 이덕형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50세에 금연하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절반으로 줄이고, 30세에 금연하면 비흡연자와 같은 비슷한 수준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흡연율 감소에 있어 가격 인상 정책은 국내에서도 이미 검증된 효과적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조기금연은 물론, 청소년의 흡연을 막기 위해서도 담뱃값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흡연자의 57% 정도는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조사에서도 26세까지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은 “담뱃값 인상은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효과적 수단”이라며 “청소년들이 많이 접하는 영화와 게임 등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금연 문화 조성, 청소년을 주요 목표로 한 담배 마케팅 근절, 어른들의 솔선수범, 학교와 지역사회를 통한 체계적인 흡연예방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에 대한 보건의료단체의 지지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암협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구체적인 정책 실현을 통해 흡연율을 낮춰서 암을 예방해야 한다”며 “담뱃값 인상과 금연 치료 지원 등을 포함한 금연종합대책을 적극 지지한다고”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암 발병원인의 32%는 흡연이다. 암 예방을 위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바로 금연이다. 하지만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가격, 건강경고, 금연치료지원 등 정부의 금연 정책 수행능력 역시 OECD 27개국 중 25위로 최하위다. 담뱃값 인상으로 반짝 효과를 본 2005년 이후 국내 금연정책이 실질적인 흡연율 감소로 이어지지 않아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협회 구범환 회장은 “담뱃세 인상이 증세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흡연율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금연 약물 치료 급여화 등 구체적인 치료 지원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곽점순 회장도 “신체적 차이에 따라 남성보다 여성에게 흡연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여성흡연자의 금연 성공을 위한 대책 마련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