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네... 생선 냄새 맡으면 의심 늘어나

묘하네... 생선 냄새 맡으면 의심 늘어나

 

뜨거운 사람이라는 표현은 체온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다. 열정이 넘치거나 열의를 다해 일하는 사람을 칭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깨끗한 사람이라는 말 역시 잘 씻는다는 직접적인 의미 외에 청렴결백하다는 뜻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비유적 표현은 단지 추상적인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과 태도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가령 따뜻한 커피 잔을 들면 몸이 따뜻해질 뿐 아니라 태도까지 온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높은 공간에 서있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자신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낀다.

심리학자 스파이크 리 박사와 노르베르트 슈왈츠 박사는 비유적 표현이 추상적인 감정과 실질적인 행동 둘 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영어권에서는 ‘수상한’과 ‘생선냄새가 나는’이라는 서로 다른 의미가 ‘피쉬(fishy)’라는 동일한 단어로 쓰인다. 한국어에는 없는 표현이지만 우리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렇다면 생선냄새가 날 때 사람들의 의심은 진짜 증가할 수 있을까.

리 박사 연구팀은 미국 미시간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명씩 짝을 지어 진실게임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생 둘 중 한명은 연구팀이 고용한 연기자다. 연구팀은 실제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실험 공간에는 맹물, 생선 기름, 방귀 냄새가 분사됐고, 연구팀이 각 냄새를 분사할 때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상대 학생의 진실성 여부에 배팅을 걸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생선 기름을 분사했을 때 가장 적은 돈을 걸었다. 연구팀은 방귀 냄새보다 생선 냄새가 날 때 더 적은 돈을 걸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나쁜 냄새가 상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 것은 아닐 것으로 보았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주어졌을 때 후각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실험도 진행됐다. 연구팀은 사과, 다진 양파, 캐러멜, 오렌지즙, 생선기름을 넣은 통을 준비하고 각각의 냄새를 맡도록 했다.

또 실험참가학생의 절반에게는 의심스러운 상황이 담긴 내용의 글을 읽도록 했다. 그리고 각각의 통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적도록 했다. 그 결과, 생선기름을 제외한 나머지 냄새는 글을 읽지 않은 학생들이 보다 잘 분별해낸 반면, 생선기름 냄새는 글을 읽은 학생들이 훨씬 더 잘 분별해내는 결과를 보였다.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생선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모든 나라에서 의심을 할 때 ‘생선 냄새가 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국가에서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음식이나 냄새와 연관된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의미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성격·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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