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가 좋다지만... 채식만 고집하면 ‘골골’

채소가 좋다지만... 채식만 고집하면 ‘골골’

 

박은미씨(여, 32)는 건강하게 살겠다고 채식주의가 된 사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채식주의로 인해 병이 든 경우였다. 병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극심한 소화불량에 설사, 신경과민, 갑상선기능항진, 고혈압, 현기증, 수면장애에 시달렸고 장내 가스가 많이 생겨서 호흡도 자연스럽지 못할 만큼 병약한 상태였다.

채소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고기를 아예 먹지 않고 무작정 채소만 섭취하는 사람이 있다. 암 환자가 고기를 끊고 채소만 먹고 병이 나았다는 건강정보가 사실 확인없이 온라인에 떠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채식주의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은미씨의 경우처럼 채식주의로 인해 병이 든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박씨를 진단한 한의사 이동진 원장(한서자기원)은 “소화기능이 비정상적으로 강하고 열이 많아서 소화액이 지나치게 분비되는 사람이 채소만 먹고 살 경우, 소화액과 열을 모두 처리할 수 없어 병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소화불량, 가스 과다 생성, 현기증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몸 전반의 기운도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육류와 채소를 놓고 비교하면, 육류는 열을 내고 채소는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간 경락에 열이 치우친 사람은 담즙과 위산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육류 단백질을 어느 정도 먹어야 속이 편하고 가스도 덜 차며 소화 작용이 원활해진다.

결국 육식을 하라는 처방을 받은 박은미씨는 ‘고기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조금씩 육류를 먹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현기증이 호전된 것은 물론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나 가스가 차서 까맣던 얼굴이 하애졌고 건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동진 원장은 이와 관련된 사례를 모아 최근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이상미디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박은미씨처럼 채식만 고집하다가 병을 키운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무력감과 빈혈에 시달리고 채소주스를 지나치게 먹어 소화불량으로 복통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병원에서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허약한 채식주의 암 환자도 있다. 암 환자들에게 널리 퍼진 잘못된 상식 가운데 하나가 ‘육식을 하면 혈액이 탁해져서 암이 커진다’는 것이다.

암 전문의들은 대부분 “힘든 항암투병을 위해서는 체력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에 육류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육류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병을 이기는 면역체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비만을 다루는 의사들의 학회인 대한비만학회도 “하루 세끼를 채소만으로 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큰 틀에서 보면 한의사 이동진 원장의 주장과 같은 견해다.

비만학회는“채소는 열량이 낮은 식품이어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만, 채소만 먹다보면 지방, 철분, 아연, 비타민 B12 등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악성 빈혈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에 B12가 풍부한 동물성 식품과 함께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도움말 = 대한비만학회, 이동진 한서자기원 원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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