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매번 ‘걸 헌팅’에 성공했나
배지수의 병원 경영
회복 탄력성
최근 기업가의 덕목 중 회복탄력성 (Resilience)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이라고 누군가 정의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말로 좌절 인내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신촌에서 친구 두 명과 맥주를 마시곤 했습니다. 남자들끼리 맥주를 마시다 보면 곧 심심해져서 젊은 치기에 “아가씨 한 명씩 데리고 와서 술 마시자. 지는 사람이 술값을 부담하자.” 하는 식으로 내기를 하곤 했습니다.
나이가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 그런 젊은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당시 내기를 하면 저는 종종 성공해서 아가씨 한 명을 데리고 들어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도대체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하냐? 네가 그리 잘생긴 것도 아니요, 평소에 말솜씨가 좋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
당시 저도 제가 왜 성공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한참 세월이 지나서 정신과 공부를 하다가, 제가 성공하는 비결을 알았습니다.
아가씨에게 다가가 맥주 한잔 하자고 하면 아가씨들은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제 비결은 그 말을 너무 잘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가씨 말대로 다른 아가씨에게 가서 알아본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의 수작에 따라올 아가씨와 안 따라올 아가씨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잘생기고, 돈도 많고, 학벌도 좋은, 이승기 같은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려고, 약속 장소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아가씨에게 제가 무슨 멋진 감언이설을 한다고 저를 따라오겠습니까?
반면에 할 일이 없어 심심해 죽겠고, 자신은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 한탄하는 허전한 아가씨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가씨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넘으면 됩니다.
"내가 너무 쉽게 따라갔다가 쉬운 여자로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해결해 주면 됩니다.
그것을 해결해 주는 방법은 제가 불쌍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저 안 따라가 주시면, 저 들어가서 선배님들에게 혼나요."
예를 들어 신촌에 걸어 다니는 아가씨들 중 따라올 아가씨가 10%라고 합시다. 제가 10명 이상에게 제안을 하면 그 중 한명은 걸려들겠지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대학생 시절 한번 정도는 이런 시도를 해 봅니다. 그러다 거절당하면 "그럼 그렇지. 내가 어떻게." 하곤 돌아섭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아가씨에게 가서 또 이야기를 걸곤 했습니다.
누구나 거절을 당하는 것은 아픈 경험입니다.
그런데 이 경험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도는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아프게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별것 아닌 것으로 느낍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이 거절의 아픔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두 사람에게 영업을 하다 실패했습니다. 밤이 되니 조금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친한 사람에게 괜한 부담을 주었나?"
"얘기 안 꺼낼 걸 그랬나?"
우울해진 마음에 집에 와서 와인 한잔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내일 또 다른 사람에게 영업을 하려고 합니다. 과거에 신촌에서 한 아가씨가 저에게 했던 말을 잘 들으려고 합니다.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세상에 제 영업을 받아줄 사람은 어딘가 있겠지요. 제가 아직 못 만났을 뿐입니다. 그 확률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만날 때 까지 하면 성공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왜냐하면 성공할 때 까지 하니까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대학시절 연애라는 것이 참 많은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이 제 맘 같이 움직여 주어야 하고, 고객들이 제 정성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절실한 것이 리더십이고, 리더십의 핵심이 ‘직원의 마음,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가장 많이 할 때는 연애할 때 입니다. ‘저 사람이 나를 보고 웃은 것이 과연 나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우스꽝스러워서일까?’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잠을 못 이룰 때가 그 때 입니다.
이런 고민을 많이 해 본 사람이 리더십이 생기고 영업 능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연애 많이 하라’고 말해주려 합니다. 착실한 아이들보다 연애하느라 열병을 앓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