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현명하지만 지능은 떨어지는 까닭

나이 들면 현명하지만 지능은 떨어지는 까닭

 

바둑은 두뇌를 활용하는 게임으로 나이가 들수록 더 실력을 발휘하기 쉬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젊을 때 우승을 휩쓸었던 고수들도 나이가 들면 20대 초반의 신예들에 밀려 정상권에서 멀어진다.

이렇게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현명해질지는 모르지만, 지능은 떨어지게 된다. 65세 이상이 되면 신체동작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IQ(지능지수)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

왜 그럴까. 과학자들이 그 실마리를 찾아냈다. 뇌의 노화라기보다는 시각정보에 입각한 신속한 판단과 같은 기본적인 감각처리가 늦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심리학과의 스튜어트 리치 교수는 “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IQ로 측정한 영리함은 환경으로부터 오는 감각정보를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에 좌우된다’는 가설을 제기해 왔다”며 “IQ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은 환경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낮은 점수를 받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리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노인 600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시각 테스트를 10년 동안 3번(70세, 73세, 76세) 실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길이가 다른 두 개의 선이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게 했다.

잠시 후 수평선 하나가 화면 위에서 내려오며, 3개의 직선들을 일시적으로 비대칭적인 N자를 형성했다. 참가자들에게는 버튼을 누른 순간 기다란 선이 어느 쪽으로 사라졌는지를 알아맞히게 했다.

다음 단계로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응답시간을 4가지 표준 IQ 점수와 비교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IQ 점수 하락 속도는 시각테스트의 응답시간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단한 시각테스트를 이용해 노인들의 인지능력을 개략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신경과학과의 존 가브리엘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설사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일지라도 인간의 복잡한 인지능력은 매우 간단한 감각처리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 한다”며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시각처리 기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통해 70대 노인들의 인지능력 쇠퇴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전문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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