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기는 왜 동물보다 성장속도가 느릴까
다섯 살 어린 아이들의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 양은 가공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아이들의 뇌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체 성장은 느리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강아지는 보통 8~24개월이면 성견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한다. 태어난 지 1년 반이 된 개는 사람으로 치면 20살에 해당하므로 이미 성견이라고 볼 수 있다. 고양이도 대략 1년이면 성묘가 되고 사람과 유사한 영장류 원숭이도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생후 20개월이면 생식이 가능하다.
반면 사람은 다른 포유동물들이 성체가 되는 생후 1년에도 혼자 밥을 먹거나 걷기가 어렵다. 왜 인간의 육체 성장 속도는 이처럼 더딘 것일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인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수가 뇌의 연료로 사용되면서 신체 발달 속도가 느려진 다.
뇌로 이동한 에너지는 전반적인 신진대사 과정에 관여해 다른 신체 부위의 성장 속도를 늦춘다. 이는 포유동물보다 오히려 파충류의 전형적인 성장 속도와 유사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크리스토퍼 쿠자와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Journ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이번 논문을 통해 “인간은 걸음마 단계에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없다”며 “성장에 필요한 많은 연료들이 뇌 발달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또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다”며 “학습량이 많은 인간의 뇌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PET 스캐너와 MRI를 이용해 어린 아이들의 뇌를 촬영하고 뇌의 부피와 포도당 흡수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뇌가 흡수하는 포도당의 양이 많은 연령대에 신체 성장 속도는 가장 느렸다.
사람은 4세가 되면 안정시대사율의 66%에 해당하는 포도당을 뇌에서 소비하고, 5살이 되면 뇌에서 사용하는 포도당의 양이 최고조에 이른다.
쿠자와 교수는 “뇌 에너지 소비량이 절정에 이른 시기에는 전체 칼로리 소모량의 3분의2가 뇌에서 사용된다”며 “뇌가 과도하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시기 성장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며 신체 활동량도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