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축적 환경호르몬 3대 후손까지 영향
임산부의 체내에 쌓인 환경호르몬은 뱃속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해로운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다음 세대까지 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유해물질들은 증손녀에게 전달돼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미국 텍스사오스틴대학교와 워싱턴주립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 살균제로 쓰이는 농약성분에 노출된 증조부모를 둔 증손녀 쥐들에게서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증조부모 쥐들이 과일 및 채소 농사를 할 때 사용되는 살진균제 빈클로졸린에 노출되면 증손녀 쥐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게 된다. 증손녀 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증폭된 반면, 증손자 쥐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텍스사오스틴대학 동물·심리학과 데이비드 크루즈 교수는 이 대학의 온라인 뉴스게시판을 통해 “우리는 일생을 사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환경호르몬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환경호르몬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며 “특히 세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분비학저널(Journal Endocrinology)’에 실린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증조부모가 빈클로졸린에 노출된 적이 있는 쥐들을 대상으로 3주간 매일 6시간씩 따뜻한 실린더 안에 가두는 실험을 진행했다.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발육 상 민감한 시기의 쥐들을 대상으로 했다.
실험 한 달 후 연구팀은 이 쥐들의 뇌 기능과 화학작용, 유전자 발현, 행동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증손자 쥐들보다 증손녀 쥐들에게서 극단적으로 높은 코티코스테론의 수치가 확인됐다. 이 호르몬은 인간에게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또 증손녀 쥐들은 불안해하는 행동을 보였고 염려증과 연관이 있는 유전자 발현이 두드러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경호르몬은 후손 세대에 자폐증, 비만,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환경호르몬 수치 증가와 정신장애를 비롯한 여러 질환 위험률의 연관성이 확인된 만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체내에 쌓인 화학물질들을 배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