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잠 덜 자는 뇌과학적 이유 밝혀져
젊을 때보다 1시간 30분 덜 자게 돼
늙어 갈수록 점점 더 잠을 덜 자게 되는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그 이유로는 약이나 심리적 절망감, 은퇴, 혹은 단순하게 노인들은 잠을 덜 자는 게 필요하다는 이론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커너스 의료센터와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처음으로 이런 현상에 대해 신경학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복외측시각교차전핵으로도 불리는 수면 형태를 조절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특정 뉴런(신경세포) 무리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소멸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베스 이스라엘 디커너스 의료센터 신경학과장인 클리포드 세이퍼 박사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런 세포들이 더 많이 사라지면서 잠자기가 더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70대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20대 때보다 1시간 30분 정도를 덜 자게 된다. 이들은 일찍 일어나지만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로 지내게 된다”며 “이는 일종의 만성적인 불면증 상태와 같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 찾아낸 뉴런을 특정하게 표적으로 삼음으로써 교란된 수면 패턴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특정 뉴런을 가지고 있지 않는 쥐가 심각한 불면증을 겪는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맨 처음 뉴런의 소멸과 수면 교란의 관련성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를 인간을 대상으로 정확하게 재현해내기 위해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2년 마다 7~10일 동안 시계 크기의 기구를 손목에 차게 하고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들 중 사망자가 나왔을 때 뇌를 기증받기로 하고 연구를 계속했다.
세이퍼 박사는 복외측시각교차전핵의 손상 여부에 따라 기증된 45개의 뇌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그리고 쥐의 뇌와 비슷한 인간 뇌의 부위에 위치한 뉴런 무리를 찾기 위해 뇌를 착색한 뒤 뇌에서 발견한 뉴런과 그 사람이 사망 직전 생활을 할 때 수집한 휴식-활동 행태 데이터와 연결을 시켰다.
그 결과, 뉴런을 적게 가진 사람일수록 생의 마지막 시기에 잠을 자는 동안에 자주 깨는 분절수면 현상을 더 많이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발견됐는데 그것은 뉴런의 수가 줄어들수록 점점 덜 자게 되는 것 사이의 관련성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사망한 사람들에게서는 대단히 현저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세이퍼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이 세포를 특히 빠르게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은 가장 뉴런의 수가 가장 적었고 가장 수면 교란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밤에도 잘 자게 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요양원 등이 아닌 집에서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뇌(Brain)’ 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