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씨, 기분 울적해도 기억-판단력은↑

우중충한 날씨, 기분 울적해도 기억-판단력은↑

 

간만에 쏟아진 굵은 빗줄기가 시원하고 상쾌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둡고 우중충한 날씨는 사람의 기분을 침체시키는 작용을 한다.

사람의 기분을 북돋우는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은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화창한 날에 분비된다. 따라서 오늘처럼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행복 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돼 기분이 우울해지게 된다.

하지만 흐린 날씨가 인간의 뇌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맑은 날보다 흐린 날 오히려 기억력과 판단력이 좋아진다. 날씨가 화창하면 기분이 들떠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반면 우중충한 날씨에는 주변 환경에 집중하는 태도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비가 내리는 날과 햇볕이 내리쬐는 날, 각각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물을 식별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다.

연구팀은 시드니의 한 상점 계산대에 장식용 물건 10종을 진열해놓고 고객들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기억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장식품은 플라스틱으로 된 동물 장난감, 분홍색 돼지 저금통, 성냥갑 크기의 자동차, 기관포 장난감 등이었다.

또 연구팀은 비가 내리는 날 더욱 우울한 기분을 유도하기 위해 상점 내에 레퀴엠과 같은 슬픈 음악을 틀었다. 반대로 화창한 날에는 비제 카르멘과 같은 밝은 음악을 틀어 긍정적인 기분을 북돋았다.

연구팀은 총 14번에 거쳐 실험을 진행했으며 매번 실험을 할 때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 사이 쇼핑을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상점 문을 나서는 순간 계산대 위에 놓인 장식품의 종류를 기억해보라고 요구했다.

연구팀은 우울함과 행복감을 유도하는 요인 외의 다른 변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매번 같은 점원이 계산대를 보도록 했으며 손님들에게 일정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날씨가 흐린 날 상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맑은 날 방문한 고객들보다 월등하게 앞선 기억력 점수를 얻었다. 무려 3배나 많은 물건 종류들을 기억해낸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면 주변 환경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진다. 또 주변 사물을 쉽게 잊어버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의 기억력을 확신하는 자만심까지 생긴다. 반면 기분이 침체될 때는 주변 사물에 집중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좀 더 주의 깊게 사고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리학회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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