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여성은 부유할수록 날씬, 남성은?
현대사회에서는 ‘가난할수록 뚱뚱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서울 강남의 부촌에서는 배 나오고 뚱뚱한 아줌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떠돈다. 애석하게도 통계상 이 말은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질병관리본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소득 수준 상위 25% 계층은 30% 정도가 비만인 반면, 하위 25% 계층은 34%를 넘었다. 통계적으로 4%P 이상의 간극을 보였다.
거주지로 보면 도시로 분류되는 동 단위보다 시골인 읍.면 단위에 사는 사람들의 비만 유병률이 5%P 더 높았다. 성별로는 성인 여성보다 성인 남성의 비만이 8%P 이상 높았다. 이 격차는 20대에서 더 두드러져 남성이 여성보다 배 이상 높았다.
종합하면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더 뚱뚱하고, 남성 비만이 여성보다 심각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촌의 아줌마들은 날씬하다는 세간의 풍문은 통계적으로나마 입증된 셈이다. 그렇다면 부촌 남성들은 빈민촌 남성보다 뚱뚱할까, 날씬할까?
지난 2008년 캐나다의 한 외신은 남성은 부유할수록, 여성은 가난할수록 뚱뚱하다고 보도했다. 토론토의 세인트 마이클병원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5%인 부촌 남성은 소득 하위 25%인 빈민촌 남성보다 평균 3kg 정도 무거운 반면, 부촌 여성은 빈민촌 여성보다 약 5kg 정도 가벼웠다.
이 보고서는 부촌 남성은 사무직, 빈민층 남성은 육체노동에 종사할 확률이 높아서 부촌 남성이 더 뚱뚱하다고 분석했다. 또 여성의 경우 부촌 여성은 시간과 재력이 있어 운동과 다이어트 등 자기관리가 가능한 반면, 빈민촌 여성은 여유가 없고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워 더 뚱뚱하다고 풀이했다.
당시 이 보고서는 국내 네티즌들을 흥분시켰다. ‘성급한 일반화다’, ‘캐나다와 한국은 차이가 있다’는 등 신뢰성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로 최소한 가난한 여성이 더 뚱뚱하다는 풍문은 더 이상 풍문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뚱뚱할수록 부유하다는 옛 공식은 여전히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식 표현으로는 ‘중앙당 간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북한과 같은 특수한 나라를 제외하고는 남녀 모두 더 이상 뚱뚱함과 부가 정비례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비만에 따른 건강위험 등 사회적 비용이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비만은 방치해서는 안 될 질병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