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 앗아간 무서운 병 치료약 나왔다

투탕카멘 앗아간 무서운 병 치료약 나왔다이집트하면 투탕카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미라로 발견된 그의 얼굴에 씌워진 황금마스크는 찬란했던 이집트 문명을 상징한다. 투탕카멘은 19세에 숨진 소년왕으로 유명하다. 어린 나이에 사망해 그 사인을 두고 학계에서 여러 추론이 나오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말라리아 합병증이고, 또 하나는 유전성 혈액질환인 겸상 적혈구병이다.

지난 2010년 독일 베른하르트 노흐트 열대의학연구소의 방사선 시험 결과 투탕카멘의 발 뼈에서 적혈구가 낫 모양(겸상)으로 일그러지는 유전병을 확인했다. 겸상 적혈구병은 가장 흔한 유전병 중 하나이다. 낫 모양으로 혈구가 변이되면서 서로 달라붙어 혈류를 막아 수명을 단축시키고, 심한 고통과 장기 손상, 치명적 감염 등을 일으킨다.

겸상 적혈구병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빈발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기들의 경우 484명 중 1명이 겸상 적혈구병을 가지고 태어난다. 중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50명 중 1명이 이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나 90%가 5세 이전, 99%는 20세 이전에 죽는다. 겸상 적혈구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200~40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천만명 이상이 이 병을 앓고 있다.

흔한 데 비해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전적으로 동양인에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겸상 적혈구병 환자는 1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인구 이동과 국제결혼 등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탕카멘이 살아 있다면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있다. 겸상 적혈구병 신약이 임상 3상을 마치고, 미국 FDA 승인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UCLA대학에서 혈액과 종양학을 연구해 온 유타카 니하라 박사가 20여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신약은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인 L-글루타민을 이용한 먹는 치료제이다.

유카타 박사는 겸상 적혈구병 환자의 적혈구 세포가 산화에 의한 손상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에 따라 산화 방지 요소를 생성하기 위해 사용한 글루타민이 겸상 적혈구를 보다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 치료제가 소아에게 쓸 수 없었던 반면, 이 신약은 소아 환자를 위한 첫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유타카 박사가 창립한 엠마우스메디컬이 미국에서 5살부터 성인까지 겸상 적혈구병 환자 23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통증 발현 빈도는 25% 감소했고, 입원 횟수 빈도 역시 33% 줄었다. 현재 이 신약은 FDA의 신속심사지정 승인을 받았고, FDA와 유럽의약청에서 겸상 적혈구병에 대한 희귀 치료약 자격을 부여받았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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