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알게 모르게 잦은 혈뇨의 정체
직장인 강모(35세)씨는 최근 알 수 없는 피로와 옆구리에 통증을 느꼈다. 가끔 소변에 피가 비쳐 흠칫 놀라도 아내가 걱정할까 증상을 숨겼다. ‘과도한 업무 때문이니 며칠 쉬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애써 무시했다. 우연히 비뇨기과를 방문하게 된 강씨. 의사로부터 방광암 통보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혈뇨는 소변에 비정상적인 양의 적혈구가 섞여 나오는 것이다. 붉게 또는 검붉게 나오는데, 피떡이 뭉쳐서 막혔다 뚫렸다 하기 때문에 소변을 보기가 힘들다. 그냥 보기에 깨끗한 소변도 현미경으로 검사해보면 피가 섞여 나올 때도 있다.
소변이 붉다고 해서 모두 혈뇨는 아니다. 약물이나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 결핵치료제 중 리팜핀 같은 약을 먹으면 소변이 붉게 나오고, 붉은 염료를 포함한 음식을 많이 먹어도 소변은 피 색깔로 나온다. 육안으로 소변이 갈색이면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 사구체신염, 간장같이 검게 나오면 급성간염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종양, 염증, 요로결석, 외상 등으로 혈뇨가 생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40세 이하에서는 요로결석과 감염, 외상이 가장 큰 원인이다. 마라톤이나 격투기 등의 운동을 심하게 하면 일시적으로 혈뇨가 나타나기도 한다. 40세 이상, 특히 60세 이상에서는 아프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혈뇨가 나오고 피떡이 뭉쳐 나오면 종양부터 의심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에서도 혈뇨가 나타나기도 한다.
혈뇨 때문에 병원을 찾는 초등학생들 또한 적지 않다. 소변 검사지(스틱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도 실제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의 경우 매년 현미경을 이용해 혈뇨검사를 하고, 1년에 한 번 초음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소변에서 단백질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꾸준히 검사해야 한다. 지난 2010년 경희의료원 연구에 따르면 혈뇨나 단백뇨가 발견된 초등학생 4명 중 1명은 만성신장염을 앓고 있었다.
성인 혈뇨의 경우 병원에서 실제 적혈구가 나오는지, 염증이 동반됐는지를 확인한다. 이후 CT 등 방사선검사를 통해 결석이 있는지를 검사한다. 통증이 없는데 육안으로 봐서 혈뇨가 나타났다면 방광내시경 검사를 시행한다. 방광에 암이 있거나, 암이 아니라 하더라도 전립선비대증 등으로 방광부위의 혈관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방광내시경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지는 않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직경이 작아지고, 요도의 굴곡을 따라 휘는 내시경도 나왔다”며 “필요하다면 수면 내시경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겁내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석이 있거나 염증이 동반된 혈뇨라면 그 원인을 치료한다. 결석은 체외충격파쇄석술, 염증은 항생제 치료를 한다.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각각 다른 치료가 이뤄진다. 칼슘이나 요산의 과다 배설로 인한 혈뇨라면 식이조절만으로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혈뇨가 비친다면 비뇨기계의 질환을 암시하는 것이므로 무심코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전문의들은 “뚜렷한 예방법이 없는 요관암, 방광암, 전립선암, 신우암 등의 비뇨기계 종양들은 소변을 통해서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