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정책, 비용 절감이 능사 아니다
●여재천의 신약 이야기(1)
BT 분야의 제약/바이오산업은 규제를 많이 받는 산업으로서 정부는 보건정책측면과 산업정책 측면의 대립적인 목표들의 균형을 취해야 한다. 보건정책측면에서는 환자에게 안전한 그리고 유효한 의약품의 접근성과 치료의 질이 보장되어야하고 의약품비 지출이 과다해서도 안 된다. 형평성, 효율성, 환자의 수요 충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절감 자체가 보건정책의 중심이 되면 안 된다.
의약품산업정책측면에서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촉진, 고용증대, 무역수지 개선 그리고 상환될 의약품의 목록을 정하고 신약에 대한 비용효과연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추진에 있어서 경계해 할 점은 비용절감 연구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비용절감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면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과 신약연구개발이 위축된다.
의약품의 시판이 허가되고 보험급여목록에 등재되어 약가가 산정된 이후 의사 처방에 따라서 환자에게 판매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의약품이 보험에 등재되는 것은 공급자에게는 첫 번째 관문이다. 의약품 평가의 잠재적인 역할은 임상 프로파일과 많이 다를 경우에 유용하기 때문에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경쟁력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선별등재제도는 의약품정책이 혼란변수로 작용하며 독립적인 영향요인이다. 제도 도입 전후 비교 또한 힘들다. 약제비 절감에 미치는 영향력도 없다. 선별등재제도는 각 국가의료제도와 결부되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선별등재제도에 대한 실증적인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약가는 가격책정 규칙이 채택이 될 때에만 정해질 수 있다. 사회로 가게 되는 부가적 가치의 비율과 회사로 가게 되는 비율이 반영되어야 한다. 신약의 임상적, 의료경제학적 가치나 투자된 개발비와 무관하게 정부주도로 강한 보험약가관리정책을 규제 차원에서 시행 해 온 국가는 결국에 사회적, 경제적, 보건의료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해당 국가의 국민이 떠안게 된다.
우리나라의 보험시장은 보험자가 약제비 지출에 있어서 합리성을 추구할 기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 건강보험재정 위기를 경험하면서 보험약가관리제도 연구는 약제비 절감 방안과 관련하여 진행되었다.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약제비 절감에 초점을 두다 보니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문제점 진단과 정책방향에 대한 제시는 이루어졌지만 그 구체성이 미흡하여 보험약가의 설정방법과 관리 방법 위주로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약제비 관리 제도는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보험약가 관리만으로는 약제비 통제가 이루어 질 수 없다.
약제비지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약 사용에 있어서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DUR과 약 사용 이전 단계인 약의 건강보험 등재 과정에서 합리적인 등재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약의 등재 및 사용에 있어서 합리성 추구는 건강보험제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절실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 및 건전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도 신약개발을 시작했지만 산업적인 측면의 글로벌 경쟁력은 태동기에 불과하다. 합리적인 보험약가관리체계의 틀 안에서 재투자 기반이 정착될 수 있는 여건이 미성숙 되어 있다. 다국적제약회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과 신약연구개발이 활성화 되어 경제적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제약기업의 시장이 주로 국내에 제한된 국가들은 의약품 규제 장치에 더 치중 해 옴으로서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과 혁신적인 신약연구개발은 위축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신약개발이 제약/바이오산업은 물론 보건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인식하고 이에 걸 맞는 신약개발 촉진정책수립의 이론적인 근거아래 신약 연구개발 중심 기업에 주어지는 보너스를 혁신적인 투자와 연계시키는 보험약가관리정책으로 개선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