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아파 병원 갔더니... 기막힌 칫솔의 정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주부 한 모씨(41)는 최근 치통으로 치과에 갔다가 당혹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치과의사는 치주염 치료를 하면서 칫솔 보관에 대해서 묻더니 이렇게 경고했다. “욕실은 변분과 먼지 등이 흩날리며 바이러스와 세균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라면서 “칫솔을 아무렇게나 보관하면 유해균이 번식해서 치주염뿐 아니라 다른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여름철 온도와 습도가 함께 올라가면서 세균과 바이러스가 꿈틀대고 있다. 가정도 안전지대가 아니며 특히 욕실은 세균과 곰팡이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욕실은 바깥에서 옮겨 온 각종 바이러스가 가족에게 번지기 쉬운 곳이다. 한 솥의 찌개는 따로 먹을 수 있어도 욕실은 웬만하면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대로 알면 대처할 수 있다. 물기에 젖어 습한 욕실에서 세균과 곰팡이,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눈여겨봐야 하는지 소개한다.
▲변기=대변 속에는 100여 종류, 50~60만개의 균이 살고 있다. 식중독이나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등으로 생기는 급성설사는 환자의 대변이 물이나 음식물에 오염돼 전염된다. 대소변이 난무하고 습한 변기는 이러한 세균과 곰팡이에게 안락한 서식처이다. 깨끗이 관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기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리면 세균이 튀어 올라 욕실 곳곳으로 번져 사람에게 옮겨진다.
이때 물과 세균은 최대 6m까지 튀어 올라 11일간 살아남는다. 대소변 후 손을 씻고, 변기 뚜껑을 닫는 습관과 더불어 주기적으로 변기를 청소해야 한다. 비데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노즐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락스 등 청소세정제의 유해성이 우려된다면 먹다 남은 콜라를 사용하면 좋다. 콜라의 산 성분이 살균작용을 할뿐더러 찌든 때도 없애준다.
▲칫솔보관함=칫솔보관함은 세균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칫솔은 사용 후 물로 잘 헹구고 건조하게 보관해도 칫솔모에서 48시간 이상 치주염이나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 바이러스가 살 수가 있다. 최근에는 구강의 유해균이 심장병, 위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자외선 살균 칫솔보관함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제품을 고를 때 밀폐형인지, 살균력은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일부 제품은 램프의 사용기한이 있으므로 이를 따져야 한다. 변기와 떨어진 곳에 둬야 하고 칫솔모끼리 닿지 않도록 칫솔을 보관한다.
▲욕조=감기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사용한 욕조 배수구에서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다. 욕조에서 쓰레기통의 300배에 이르는 세균이 나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욕조에 남은 여러 세균은 요로감염, 피부질환 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기포용 욕조에서 세균과 곰팡이가 나왔고 일부에서는 식중독과 중이염, 방광염 등의 원인균인 포도상구균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조 파이프에 있는 세균 덩어리가 물과 함께 기포로 분사되면서 폐와 코 등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기 십상이다. 의학자들은 욕조 배수구 관리에 주의하는 한편, 노약자가 있는 집에서는 기포용 욕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욕실바닥과 발 매트=경희대병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좀 환자의 절반가량은 집에서 무좀에 걸린다. 그만큼 가족끼리 옮기기 쉬운 전염병이 무좀이다. 여름철 습한 욕실바닥은 곰팡이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면서 가족들이 공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욕실바닥을 통해 무좀이 전염되기 쉽다. 욕실바닥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실용 발 매트를 통해서도 무좀이 옮겨질 수 있어 발 관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가 있는 집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수건과 손톱깎이, 면도기=욕실에서 병을 옮기는 흔한 매개체가 수건이다. 수건 한 장을 가족이 함께 스면 감기와 눈병, 피부염 등에 전염될 우려가 있다. 경조사 등 각종 행사를 통해 집집마다 수건이 넘쳐나는 만큼 평소 수건을 따로 쓰는 것이 좋다. 손톱깎이도 가능하면 따로 써야 한다. 발톱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좀균이 옮겨질 수 있다. 면도기도 마찬가지이다. 면도를 하다 생긴 상처를 통해 간염 등이 전염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