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봄 꽃게탕

●한주연의 꽃피는 밥상 (3)

태안 봄 꽃게탕

동해가 일출이 아름답다면, 서해는 낙조가 가슴을 찌른다. 서해는 한(恨)의 바다, 서러움과 고달픔이 녹아있는 바다, 그러면서도 슬픔을 다독거리는 바다다. 낭만의 바다, 여자의 바다다.

사랑을 알 때쯤부터 왠지 낙조처럼 가슴이 가라앉아 울가망하거나 슬플 때면 서해를 찾았다. 서해를 향하면 늘 1300리 리아스식 해안 태안반도에 닿았다. 상처를 치유하는 바다였다. 개흙과 모래가 섞인, 안면도 개펄에 발을 담그고 바다 위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너머 낙조의 해무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슬픔이 스르르 사라진다. 바다 속으로 빠지는 해가 우울도 함께 가져간 것일까?

개펄에서는 슬픔이 있던 자리에 희망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사그락, 사그락 개흙을 치고 올라오는 꽃게처럼.

이맘때 개펄에서 잡히는 꽃게는 암게다. 여자(女子)다. 알을 낳으러 돌과 개흙을 찾아온 암컷이다.

꽃게는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가 맛있다. 암게는 등딱지가 암갈색이고 수게는 초록빛을 띤 짙은 갈색이다. 배 딱지가 둥글면 암컷, 뾰족하면 수컷이다. 꽃게는 왜 꽃게일까?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곶해(串蟹), 곳게인데 등딱지에 두 개의 꼬챙이(串)처럼 생긴 뿔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건 모든 게에 해당하지 않을까? 꽃게의 등딱지가 붉은 꽃을 닮아서는 아닐까?

게는 옆으로 걷는다고 해서 ‘횡보공자(橫步公子)’, 옆으로 걷는 갑옷 입은 무사라고 해서 ‘횡행개사(橫行介士)’. 사특하게 곁눈질한다고 해서 ‘의망공(依望公)’이라고 불렀다. 창자가 없어 애끊는 아픔을 모르는 ‘무장공자(無腸公子)’였고 곽 속에 있다고 해서 ‘곽선생(廓先生)’이었다. 모두 가을의 수게와 어울리는 이름이다. 봄의 꽃게는 누가 뭐래도 암컷이다.

꽃게는 영어로 ‘수영하는 게(Swimming Crab)’. 낮에는 모래펄 속에서 지내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잡아먹는다. 바다 속 모래나 진흙을 파고 들어가 눈과 촉각만 남겨놓고 숨어서 먹이를 기다리다가 먹이가 다가오면 재빨리 집게발을 들어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학명은 포르투누스 트리투버큘라투스(Portunus trituberculatus). 미국에서는 ‘일본 푸른 게(Japanese Blue Crab)’라고도 부른다. 하루빨리 제 이름을 찾아야겠다. 흔히 푸른 게(Blue Crab)는 미국 동부 연안에서 잡히는 게들을 가리키는데 몸통과 집게에 모세혈관처럼 푸른빛이 스며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우리 꽃게랑 참 많이 닮았다.

꽃게는 건강에 좋다. 껍질에 푼푼한 키토 산은 체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기에 다이어트에도 좋다. 타우린 성분은 눈, 심장, 간을 보호한다. 알코올 해독 기능이 있어 술꾼의 해장용으로도 ‘딱’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꽃게는 칼슘, 칼륨, 아연 등 무기질과 온갖 비타민의 보고이기도 하다. 임산부나, 폐경기 여성, 성장기 아동의 건강에 특히 좋다.

꽃게는 무엇보다 맛있다. 주황 색 알이 꽉 찬 태안의 꽃게는 침을 꼴딱 삼키게 만든다. 꽃게는 찜으로 먹어도, 탕으로 먹어도 맛있다. 보슬보슬한 알과 쫀득쫀득한 살을 발라 먹는 것도, 껍질과 살의 향이 우러나온 꽃게탕의 국물을 맛보는 것도 좋다. 꽃게탕은 매콤새콤, 시원하면서도 달다. 게에는 조미료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인공조미료를 넣을 필요가 없다. 고봉밥에 청주 한 잔 곁들여놓은 밥상 위, 된장 고추장 풀어놓은 꽃게탕이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아...!

봄꽃게탕

재료 (2인분)

* 암꽃게 2마리, 무 1/4개, 애호박 1/2개, 양파 1/2개, 청고추 1/2개, 홍고추 1/2개, 쑥갓 10g, 물이나 쌀뜨물 5컵

* 양념장 : 고추장 1T, 된장 1T, 고춧가루 1T, 진간장 1/2T, 다진 마늘 1T, 다진 파 1T, 다진 생강 1/2t,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 게는 솔로 깨끗이 문질러 씻는다. 게 배꼽에 엄지를 넣어 뒤로 젖혀서 등딱지를 뗀다.

 

 

 

* 몸통에 붙어있는 부채 모양의 모래주머니와 등딱지 속의 투명한 주머니(내장)를 떼 낸다.
* 양념장을 잘 섞어 갠다.

 

 

* 무는 가로세로 3㎝ 두께 0.5㎝ 크기로 썰고, 호박은 4㎝ 길이로 토막 낸 다음 세로로 4등분한 다음 씨 부분을 발라낸다. 양파는 세로로 4등분한다. 고추는 씨를 발라 어슷썰기하며 쑥갓은 4㎝ 길이로 썰어 둔다.

* 냄비에 물이나 쌀뜨물을 붓고 무와 꽃게를 넣는다. 양념장을 풀고 5분 정도 끓인 뒤 호박, 양파, 고추를 넣고 거품을 걷어내면서 3분 정도 더 끓인다.

* 썰어 둔 쑥갓을 위에 올리고 냄비의 불을 끈다. 뚝배기나 대접에 보기 좋게 담아낸다.

꽃게 구입 요령

 

* 꽃게를 고를 땐 우선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본다. 들어봐서 묵직한 느낌이 있어야 하고, 손가락으로 눌러서 단단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물이 찍~ 나오면 피한다. 배는 하얀 색인지, 다리 열 개가 다 붙었는지도 본다.

* 오뉴월의 알이 꽉 찬 암꽃게는 찜을 할 때는 1kg에 3마리 정도의 큰 것을 고르고, 탕을 할 때는 1kg에 4마리 정도의 중간 것을 고른다. 큰 것은 1kg에 3만~3만5000원 정도이고 중간 것은 2만5000~2만8000원 정도이다. 참고로 봄 수게는 1kg에 1만4000~1만8000원 정도로 싸다.

 

어울리는 술

 

 

*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게와 오크 통에서 잘 숙성된 샤르도네(미국 발음 ; 샤도네이)가 어울린다고 한다. 요즘은 샤르도네 품종 자체의 과일 향이 두드러지도록 오크 통 숙성을 최소화 하는 경향의 화이트와인도 있지만, 꽃게탕에는 오크 향이 적절히 풍기는 오크숙성 샤르도네와인이 좋다. 특히, 부드럽고도 과일 향까지 두드러지는, 미국이나 칠레 등의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

* 막걸리 중에서는 단맛이 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누룩 향이 느껴지면서 약간 신맛이 나는 것이 어울린다. 청주는 느끼한 단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어서 꽃게탕과 궁합이 맞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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