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밥은 마냥 좋은가? 넘치는 건강정보의 허실
요즘 TV마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을 앞 다퉈 다루고 있다. 집단 토크 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특정인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과 없이 나가 이를 따르다가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급증한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 가운데 해독주스, 청혈주스 등을 맹신해서 마시다가 오히려 병을 키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미밥이나 과일, 고구마, 견과류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이 되레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은 “상당수 장년이나 노년은 방송에 나오는 정보를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건강에 좋다는 음식도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므로 과학적 원리에 따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해독주스=몸속의 독소를 뺀다는 해독주스는 2014년 건강 키워드라고 할만하다. 많은 사람이 TV에서 권하는 ‘해독주스’ 레시피에 따라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당근 등을 삶아서 먹고 사과와 바나나를 생으로 갈아서 마신다. 다른 레시피의 해독 주스도 많다.
박용우 원장은 “병이 없는 사람이 몸의 컨디션을 되찾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당뇨병 환자나 고도 비만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경고했다. 과일을 갈아서 주스로 만들면 식이섬유가 파괴된 채 당분의 함량만 올라가며 소화기에서 흡수가 잘돼 혈당이 올라가기 십상이라는 것.
해독주스는 야채수프와 마찬 가지로 원래 환자용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둘은 음식을 잘 씹기 힘들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최적이다. 해독주스에서는 일부 과일과 채소를 삶아서 먹으라고 하는데 토마토는 열을 가하면 파이토케미털이 더 많이 나오지만 과일이나 채소에 열을 가하면 비타민C가 파괴된다. 건강한 사람은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청혈주스=피를 맑게 해준다는 청혈주스는 해독주스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당근, 양파, 생강, 사과, 귤 등을 갈아서 마시면 피가 깨끗해진다는 설명이다. 이것도 당분 과잉 섭취가 될 수 있다. 일부 ‘청혈주스 주창자’들은 고혈압 약을 끊고 청혈주스를 마시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데, 환자가 혈압 약을 끊고 이 주스만 마시면 되레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고혈압 환자가 굳이 청혈주스를 마시고 싶다면 당분간 혈압약과 병행해서 마셔야 한다.
▼과일주스=해독주스, 청혈주스 등과 겹치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하루 과일주스 한 잔을 건강의 보증수표로 쉽게 생각하지만 혈당을 높일 수도 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20년 동안 1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과일주스를 즐겨 먹는 사람은 당뇨병 위험이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버드 대학교 의대 연구진이 18년 동안 간호사 7만 명을 조사한 결과 과일주스 하루 한 잔이면 당뇨병 위험이 1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과일주스는 유통기간을 고려해서 과일을 열처리해 만들기 때문에 ‘설탕 덩어리’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과일은 가급적 생과일로 먹는 것이 좋지만, 비만 환자나 당뇨병 환자는 생과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좋다.
박용우 원장은 “몸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을지라도 몸의 균형을 회복해주는 해독 다이어트를 하는 환자에게 과일은 하루 한 개 이하로 섭취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현미밥은 만능?=현미는 백미에 비해서 탄수화물은 적고 각종 영양소는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미밥도 기본적으로 쌀인 만큼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다. 하루 세끼 고봉밥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당뇨병, 고혈압 환자나 비만이 심한 사람은 현미밥도 적당히 먹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현미밥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안된다.
조상들은 운동량이 많아서 하루 세 끼 고봉밥이 적당했지만, 현대인은 운동량이 적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나이가 들면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떨어지고 인슐린도 부실해진다. 따라서 밥의 양은 줄이고 반찬 위주로 식사하되 나물, 생선, 고기 등을 심심한 간으로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과일과 떡은 건강 간식?=많은 사람들이 빵과 과자는 몸에 나쁘고 과일과 떡은 좋은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과일과 떡도 대부분 탄수화물 덩어리다. 과일에는 좋은 영양소가 많지만 당분이 많으므로 하루 반 접시 이상 먹으면 되레 해가 될 수도 있다.
50대 이상에서 과일을 좋아한다면 과일을 먹은 만큼 더 움직여야 한다. 과일 중에서도 포도, 수박은 당분이 많으므로 주의한다. 특히 해독주스처럼 사과와 배 등을 갈아서 먹으면 식이섬유가 파괴되고 당 함량이 많아진다. 이와 잇몸이 튼튼하고 소화기능이 좋다면 과일은 갈아 마시기보다는 그냥 먹는 것이 좋다.
고구마나 견과류 등도 영양상 장점이 많지만 다이어트 중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