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미나리에 소랏살... 아삭, 쫀득한 봄

한재미나리에 소랏살... 아삭, 쫀득한 봄

 

한주연의 꽃피는 밥상 (1)

 

“함 무 봐라. 옛날 먹은 맛하고 다를 끼다!”

미나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나를 어머니는 끝없이 유혹했다. 생 미나리처럼 파릇파릇했던 열일곱 즈음, 가족과 함께 주말에 찾았던 청도군 한재계곡의 한 고깃집. 어머니는 아버지가 따라주신 막걸리 한 사발을 커~ 들이키고, 안주로 나온 한재미나리를 나에게 생으로 권했다.

여섯 살 때 김천의 외가에서 미나리의 역겨운 냄새에 질겁한 후부터, 나는 미나리가 밥상에 오르기만 해도 ‘미나리 울렁증’이 생긴 상태. 아버지까지 합세하자 코를 막고 한 입 넣다가 잡은 손을 자연스레 내렸다. 질기고 역한 냄새와는 거리가 멀었다.

두릅이나 쑥처럼 진하지 않고 유채나 비름나물처럼 약하지도 않은, 새뜻한 봄의 기운이 코를 꽉 채웠다. 아삭아삭 폭식폭신 봄을 씹는 느낌이 입안에 번졌다. ‘첫 경험의 느낌’이랄까? 생 한재미나리로 고기를 감아 먹고 새콤달콤한 미나리무침을 먹으며, 그날 미나리의 유혹에 완전히 넘어가버렸다. 열일곱 여고생 시절에 어머니는 나를 ‘맛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봄이 오면, 한재계곡의 미나리밥상이 떠오르고 ‘맛의 스승’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장을 찾는다. 야들야들한 한우에 미나리 돌돌 감아 먹으며 봄의 질감에 혀를 빼앗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살랑살랑 초고추장 버무려 소라와 함께 먹으며 봄 향기에 취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재미나리의 아삭한 느낌과 소라의 쫀득쫀득한 질감은 궁합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봄의 초록빛 들판과 쪽빛 바다가 껴안고 춤을 춘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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