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태’ 파업 대신 협상으로 가나

‘의료 사태’ 파업 대신 협상으로 가나

 

의료계가 오는 3월 3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추진, 의료수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에 협의체를 구성한데 대해 보건복지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의-정협의체는 불참하는 대신, 안건이나 구성원 등을 협회 비대위에서 정해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12일 오전 정부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날 오후 “정부는 이미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면서 “대한의사협회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열린 자세로 동네의원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하는 불법 파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고, 국민이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만의 집단휴진을 앞두고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의사협회가 총파업 시기를 3월 3일로 정한 것도 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총파업과 관련해 의료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리는 것도 협상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파업의 핵심 과제인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동네병원 등은 이를 강하게 거부하는 입장인 반면, 대형병원 의사들 사이에서는 호의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는 11일 500여명이 모인 의료계 파업 출정식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의약분업 때와는 달리 파업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해 관계로 의사들이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사들이 통일된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의료수가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병원이나 동네병원 모두 원가에도 못미치는 진료비로 인해 ‘진정한 의사’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자존심에 상처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본연의 진찰 영역에서 벗어난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추진이 기름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의료수가 인상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수가 조정이 안 된 점을 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가 적정성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의-정 협의체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이 참에 보건복지부에 힘을 실어줘 파업 정국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추진 등 의사들에게 민감한 의료계의 주요 정책이 경제부처에서 주도하다보니 의료전문가의 목소리는 오간데 없고 경제논리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챙기는 정책 전문가와 의료 전문가가 얼굴을 맞대고 밤을 새서 논의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규제 개선이니, 고용 창출 효과니 하는 경제논리는 불필요할 수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끼리 오직 국민의 건강을 위해 중지를 모으다 보면 경제 효과도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것이다.

관련 규정의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화상진료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 책임인지, 아니면 화상 진료 기기의 결함 때문인지 책임소재를 가려줄 규정도 필요하다. 현재는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진료와 관련해 뼈대만 세워진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구성될 의-정 협의체에서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추진, 의료수가 등과 관련해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 정책 집행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의 시선은 총파업을 결의한 의사들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의료계 내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11일 파업 출정식에서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온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극한의 투쟁은 승리로 귀결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금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결론이 날 때 까지 '끝장 토론'을 이어가야 한다. 3월 3일까지는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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