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낯선 곳에선 알던 사람도 잘 못 알아볼까
주변 요소들과 연관해 얼굴 인식
“어, 누구더라?” 직장이나 동호인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을 주말 나들이 장소에서 만났을 때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한 경우 상대를 인식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끝내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국 로얄 할로웨이 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은 이처럼 상대를 알아보는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뇌의 특정 영역에서 일어나는 처리과정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얼굴 인식과 뇌 영역 활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위에 눕도록 한 뒤 그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여줬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얼굴 사진을 무수히 반복해 보여준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사진 속 인물을 본 적이 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참가자들은 이미 사진 속 얼굴들을 수차례 봤음에도 불구하고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얼굴에 대한 인식은 상대의 얼굴을 반복 학습하는 동안 축적된 전후 맥락의 정보가 함께 있을 때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튜 앱스 박사는 “뇌에서 ‘방추형 얼굴영역’이라고 불리는 부분은 얼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친밀 정도를 축적한다”며 “뇌의 또 다른 영역인 ‘상측 두구’는 직관과는 반대되는 처리과정을 통해 얼굴 인식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단순화 한다”고 말했다.
그는 “뇌의 이 두 영역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참가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수리적 처리과정의 모형이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자인 마노스 차키리스 교수는 “상대를 잘 알아보는 능력은 사회생활을 위해 중요하지만 얼마나 실수하기 쉬운 부분인지가 이번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의 얼굴을 익히는 과정은 상대의 신원과 사회적 맥락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합해 축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상대와 연관된 주변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 얼굴을 인식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맥락이 닿지 않은 환경에 놓이면 인식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고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칼러트가 13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