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몸에도 영향, 빨리 늙게 만들어
텔로미어 길이 줄어들어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지만 방치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심장질환 등 다른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우울증이 노화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연구팀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주요 우울장애를 앓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 1900명과 우울증 경험이 없는 500명을 대상으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했다.
텔로미어는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세포조직으로 염색체 끝 부분에 있는 단백질 성분의 핵산서열이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길이가 짧아져 결국 마지막에는 매듭만 남고 세포복제가 멈춰 인간의 수명이 다하게 된다.
연구팀이 실험대상자들의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한 결과, 건강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5540bp(base pare·염기쌍)였고, 우울증 환자는 5460bp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앞서 일반 사람들의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한 결과, 평균적으로 매년 14bp 가량의 길이가 줄어든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버호벤 연구원은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고통은 사람의 몸을 손상시키는 해로운 작용을 한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생물학적 나이까지 더 들게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치매, 암, 2형 당뇨병 등이 우울증 환자에게서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우울증이 노화 촉진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단, 연구팀은 우울증과 텔로미어의 길이가 반드시 인과관계에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시스템의 장애나 유전적 취약성 등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만드는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나이를 다시 되돌릴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가 염색체 끝 부분에 뉴클리오티드를 더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다시 길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들이 입증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분자심리학저널’ 최신호에 실렸으며 미국 폭스뉴스가 12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