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초콜릿? 다이어트는 패션이 아니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
사람들은 상식에 반하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달달한 맛의 초콜릿, 딱 봐도 당분과 지방이 많아 살 찌는 원흉이 될 것 같은 이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누구나 호기심을 느낄 것이다. 정말 초콜릿을 먹으면 살이 빠질까?
살 빼려면 아침에 초콜릿을 먹어라?
초콜릿 다이어트와 관련해 인터넷 뉴스에 소개된 내용이다. 201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이 당뇨병이 없는 비만한 성인 19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저탄수화물에 열량이 300칼로리인 아침 식단을, 다른 한 그룹에는 초콜릿 케이크가 포함된 600칼로리의 아침 식단을 제공했다. 단 하루 중 총 섭취 칼로리는 두 그룹 모두 남자 1600칼로리, 여자는 1400칼로리로 동일하게 제공했다. 32주 후 초콜릿을 먹지 않은 그룹은 평균 체중이 5kg이 감소한데 비해 초콜릿을 먹은 그룹은 무려 22kg이 줄어 있었다. 연구팀은 아침에 초콜릿과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 신진대사가 활성화되고 단 음식에 대한 욕구를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논문을 찾아 직접 읽어보진 않았지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먹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특히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세포에게 밤사이 고갈된 포도당을 공급한다는 것은 뇌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체중감량이 초콜릿 때문일까? 두 그룹 모두 하루 총섭취에너지는 일정했다. 아침에 초콜릿을 먹은 그룹은 결국 저녁식사의 칼로리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면서 칼로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했다면 저녁식사는 저탄수화물의 고단백 식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오히려 아침에 초콜릿을 먹은 것보다 체중감량에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하루 총섭취에너지를 제한하지 않고 아침에 초콜릿을 추가했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초콜릿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
이 내용은 2012년 미국 의학 학술지에 수록된 연구논문을 소개한 것이다.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몇 번 초콜릿을 먹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초콜릿 먹는 빈도와 체중의 상관관계를 보았다. 나이, 성별, 활동량, 섭취에너지 등의 관련 변수들을 다 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초콜릿 섭취 빈도와 체중은 역상관관계, 즉 초콜릿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체중이 적게 나갔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만으로 초콜릿을 자주 섭취하면 체중이 줄어든다고 말하는 건 성급한 결론이다. 둘 사이의 연관성만 보여줬을 뿐 원인-결과의 관계로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뚱뚱한 사람은 살찔까봐 초콜릿을 자주 먹지 않지만 어쩌다 먹게 되면 한번에 많이 먹을 수 있다. 반대로 마른 사람은 다이어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 초콜릿을 부담없이 자주 먹을 수 있지만 한번에 먹는 양은 적을 수 있다. 한번에 섭취하는 초콜릿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종류의 초콜릿을 먹었는지 구체적인 질문 없이 초콜릿 섭취 빈도와 체중과의 상관성만 본 연구 결과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혹자들은 초콜릿에 지방 분해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카테킨 성분, 염증을 가라앉히는 플라바놀 성분이 풍부해서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유효한 성분들이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초콜릿에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생각해야 하고 무엇보다 다이어트의 적인 당분과 포화지방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당분 함량이 적은 다크초콜릿이 체중 감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단면적인 연구 하나에 의존하여 초콜릿이 다이어트식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
여러분이 기자라면 “초콜릿 자주 먹으면 체중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와 “초콜릿 먹으면 살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을 때 어떤 것을 기사거리로 내고 싶은가. 꼭 초콜릿다이어트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행 다이어트(fad diet)’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유별나게 다이어트에 관해서는 그럴듯하고 한때 주목받는 다양한 방법이 빈번하게 공유되곤 한다. 다이어트는 패션이 아니다. 유행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석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정석대로 하는 다이어트는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 유행을 만들려는 선정적인 뉴스의 제목만 보고 사실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또 비전문가가 자의적으로 풀이한 기사 내용을 그대로 믿어서도 안된다. 꼼꼼히 그 속 내용을 검토하여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흘러 보낼 것은 흘러 보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