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엄밀히 말하면 침팬지도 키스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인간처럼 야릇하고 몽롱한 기분을 동반한 키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유달리 인간에게만 키스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키스의 목적을 일종의 ‘짝짓기 오디션’이라고 발표했다. 12일 미국 시사잡지 타임이 보도한 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배우자를 찾기 위한 테스트로써 키스를 이용한다.
인간이 키스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3가지 정도의 이론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성욕을 일으키는 자극제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남녀 간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잠재적인 배우자를 고르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라파엘 윌도다르스키와 로빈 던바 교수는 이 중 잠재적인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한 시험을 키스의 이유로 보고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9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 키스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체로 남성보다 여성이 키스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의 경우에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거나 여자 친구가 많은 남성이 키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옥스퍼드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해 남성보다는 여성이, 일반 남성보다는 잘생긴 남성이 파트너를 선택하는데 까다로운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은 아이를 출산하고 기르는 일이 인생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양육 파트너로 적합한 상대를 선택하길 원한다. 인류학자 헬렌 피서도 인간은 아기를 키우는데 수년간의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육 파트너로 맞지 않는 상대는 걸러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또 잘생긴 남성이 파트너 선정에 있어 까다로운 이유는 그들이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만큼 최고의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해 저울질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연구원 던바는 키스는 상대와 진지한 관계로 넘어가도 될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기간 수행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연애 초기에는 얼굴, 몸, 사회성 등을 단서로 상대를 평가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친밀감이 중시되고 이때 키스가 단초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키스가 어떤 방법으로 파트너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