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너무 열심히 하다.....산부인과에 간 사연
비닐 생리대 피하고 적절히 운동해야
재수생 김 모 양은 최근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산부인과에 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 양은 성적이 최상위권인 모범생. 수능 D-90일부터 밥 먹는 시간, 샤워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에만 매달렸다. 피로가 쌓였지만 잠도 줄였다. 어느 날부터 그곳이 가려워오더니 속옷에 두부를 으깬 것 같은 분비물이 묻어나왔다. 어머니와 함께 산부인과에 갔더니 의사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곰팡이 때문에 질염이 생겼네요.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과 수험생에게 잘 생깁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곰팡이가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과다 번식해서 질염을 일으켜요. 약을 지어줄 테니까 잘 복용하고 공부 틈틈이 운동을 하는 등 건강에도 신경 쓰세요.”
질염은 불건전한 성생활이나 평소 불결한 여성에게서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꽉 조이는 바지를 입거나 부적절한 생리대를 사용해도 발병 위험이 커진다.
두재균 소피아여성병원장(전 전북대 총장)은 “질염은 곰팡이성, 세균성, 원충성, 위축성 등이 있는데 성관계가 없는 여성도 생길 수가 있으므로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것은 곰팡이성 질염. 질에 적당량 서식하는 칸디다 알비칸스 균이 과다 번식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 몸에 꽉 끼는 옷과 고도비만, 부적절한 생리대 때문에 성기 부분에 곰팡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곰팡이가 증식한다. 음부와 항문 사이가 심하게 가려우며 외음부가 부어오른다. 우유 찌꺼기 같은 하얀색의 질 분비물이 나온다.
세균성 질염도 곰팡이성에 버금가게 흔하다.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생길 수가 있으며 잦은 성관계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가려움과 함께 비릿한 냄새가 나면서 약간 누렇거나 회색을 띠는 분비물이 증가한다. 반면 원충성 질염은 주로 성관계에 의해서 감염된다.
두재균 원장은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할 정도로 흔하고 초기에는 1주일이면 치료할 수가 있지만 방치하면 자궁, 난소, 난관 등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이 입시 막바지에 스트레스 때문에 질염에 걸리면 스트레스가 더 생길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라도 예방이 중요하다.
속옷은 면 소재를 이용해서 땀 흡수가 잘 되도록 한다. 또 가능하면 바지보다는 치마를 입는 것이 좋다. 질염은 생리 전후에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여성 패드나 생리대, 팬티 라이너 등의 선택에도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독일 하트만사의 여성패드를 국내 유통하고 있는 유로파크 이기원 대표는 “비닐 소재로 마무리 된 생리대를 쓰면 습도와 온도가 높아져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증식할 위험이 크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생리대를 자주 갈아주는 것은 기본. 만일에 대비해서 흡수량이 충분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산성도를 유지하는 기능이나 세균 억제 기능이 있는 여성 패드를 사용하면 최상이다.
두재균 원장은 “질염을 예방한다고 여성청결제와 비누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좋은 세균 층이 파괴되고 질내 산도가 증가해 나쁜 세균이 자라는 환경이 되므로 적당히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