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국내유입
국내 13개 병원서 63명 발견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데다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 항생제를 무력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슈퍼박테리아가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슈퍼박테리아는 다른 균에 항생제 내성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어 보건 당국이 보균 환자를 격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병원 13곳의 환자 63명에게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63명 중 아직까지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나 패혈증·폐렴 등 피해 사례를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RE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장내 세균을 통틀어 이르는 용어다.
이번에 발견된 CRE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균(CPE)의 한 종류로 주변의 다른 균에도 항생제 내성을 전달할 수 있다. CRE는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중심으로 보통 한 해에 600건 정도 검출되는데, 이번에 확인된 ‘OXA-232’ 종은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된 종이다.
최근 인도에서 이 균에 감염된 뒤 프랑스로 유입된 사례에 이어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다. 국내 최초 균 감염자는 인도에서 일하다 부상을 당한 후 한국에 돌아와 A병원에 입원한 환자로, 이후 A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보균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CRE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환자가 아닌 정상적인 면역력을 갖춘 사람들은 발병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보건당국은 병원 13곳의 보균자를 격리하고, 감시 체계를 가동 중이다. 또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시 체계를 ‘표본 감시’에서 모든 의료 기관이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전수 감시’ 방식으로 바꾸는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