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진드기’...기후변화 타고 한반도 기습
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쓰쓰가무시병, 라임병 등의 공통점은?
모두 진드기가 일으키는 병이다. 진드기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옛날에나 인류를 괴롭힌 것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 최근 진드기가 일으키는 병이 새로 생기거나 증가해서 보건당국을 괴롭히고 있다.
옴은 줄어드는 듯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오히려 늘고 있다. 옴은 옴 진드기가 옮기는 피부병. 전염력이 너무 강해서 위생에 조심해도 걸려 혼쭐이 나기 때문에 “재수 옴 붙었다”는 말까지 생겼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3만6688명이던 옴 환자는 2011년 5만2560명으로 4년 동안 43.3%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로 따지면 같은 기간 77명에서 107명으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80세 이상의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447명으로 가장 많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옴은 노인이 요양원·요양시설에서 감염되고 있다. 실내 온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옴 진드기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활동력이 커진다. 올 봄부터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최근까지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SFTS는 작은소참진드기가 일으키는 병. 보건복지부는 31일 “지금까지 신종감염증증후군으로 관리했던 SFTS를 제 4군 법정감염병으로 별도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쓰쓰가무시병에 걸린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쓰쓰가무시병은 리케차 균에 감염된 털진드기가 사람을 우연히 물어 발생한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국내에 들어온 UN군에서 처음으로 환자발생이 보고됐고 현재까지 거의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1994년 제3군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여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여 1998년에 1000명을 넘어섰고 2005년에는 6000명을 넘겼으며 2012년에는 8600명을 넘었다.
쓰쓰가무시병은 주로 9~11월에 발병하며 감염된 털진드기에 물리게 되면 1∼3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열이 나고 사타구니와 겨드랑이 림프샘이 붓고, 눈자위가 충혈되며 두통, 근육통 등이 동반된다. 진드기가 문 곳에는 피부궤양이나 특징적인 딱지가 관찰되고 주위 림프샘이 붓기도 한다. 이 병은 10년 전만 해도 주로 영호남에서 발병했지만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강화도와 강원 속초에서까지 환자가 발병하고 있다.
미국의 토착병으로 알려진 라임병은 참진드기에 물려 발병한다. 몇 년 전까지는 주로 해외에서 걸린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2010년 강원도 화천에서 등산하던 남성이 참진드기에 물려 이 병에 걸렸다.
사실은 진드기는 늘 우리를 괴롭혀왔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늘 경계하는 아토피 피부염의 상당수는 집먼지진드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 올 5월 ‘야생 진드기 공포’ 때문에 진드기퇴치제를 샀다가 집에 뿌렸더니 아이들 살갗 긁는 것이 멈췄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한반도 기후변화에다가 인구 노령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섞여 진드기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면서 “숲에 갈 때에는 긴옷을 입고 야외용 진드기퇴치제를 뿌리는 등 평소 전염병에 대해 예방하려는 자세를 가지면 진드기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