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간경변증을 환자 몸속에 있는 골수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간경변증은 간이식만이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중증 환자들 중에는 기증자를 찾지 못해 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치료법으로 간경변증의 진행을 막고, 간 기능을 회복시켜 이식수술까지 최대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혈액내과 조석구 교수·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정화 교수 연구팀은 2009~2010년 만성간염으로 간 기능이 소실된 간 경변 환자 5명(남자 2명·여자 3명)에게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떼어낸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입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간 기능 악화로 황달과 복수가 차고, 간 독소가 제대로 해독되지 않아 의식이 혼탁해지는 ‘간성혼수’가 발생하는 위독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환자 자신의 골수를 채취해 조혈모세포를 제거하고 중간엽줄기세포를 포함한 단핵구 세포만을 분리했다. 이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환자 골수의 중간엽줄기세포를 간 동맥을 통해 주입했다.
그 결과, 간 기능 활성도를 보여주는 주요 수치인 ‘알부민’ 단백질 생성수치(정상 기준치 3.5g/dL 이상)가 2.8, 2.4, 2.7, 1.9 g/dL에서 3.3, 3.1, 2.8, 2.6g/dL로 향상됐다. 간의 탄력도는 65, 33, 34.8kPa에서 46.4, 19.8, 29.1kPa로 낮아졌다. 이는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 중 희귀 만성 간 질환인 윌슨병 여성 환자(35세)는 복수와 간성혼수가 호전됐고 작아졌던 간의 크기도 609.2 ml에서 733.7 ml로 20.4% 커졌다. 간경변증은 정상 간 조직이 염증반응의 결과로 섬유화 되어 점점 굳어지고, 이 과정에서 재생결절이라 불리는 작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간 이식만이 간경변증의 근본적인 치료책이지만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현재 6000여명의 환자가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기증 부족으로 지난해 1200여명만이 이식 수술을 받았다.
배시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간이식이 시급하지만 당장 이식을 할 수 없는 위중한 환자들에게 8시간 내에 자가골수 내 줄기세포를 채취하여 직접 간에 주입하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법을 찾아냈다”며 “기증자를 찾지 못해 수술을 기다리다 생명이 위독할 수 있는 중증 간 질환 환자에게 가교적인 치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임상결과는 세포치료분야 국제학술지 ‘싸이토테라피(Cytotherapy)’ 7월호 온라인 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