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내 몸의 착각’부터 잡아라
박용우 원장의 리셋클리닉
비만을 진단하는데 가장 흔히 쓰는 척도는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로 이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정상 범위를 기준으로 하여 과체중, 비만, 고도비만, 초고도비만으로 구분된다. 인종과 성별, 연령에 따라 그 기준이 되는 수치는 조금 다른데 보통 한국인 성인에서 BMI가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이라고 한다.
고도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상 위험이 확 높아지기 때문이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한다. 고도비만 환자들은 각종 성인병과 관절염, 골다공증, 난임 등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비만을 치료하면 앓고 있는 병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 체중 조절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치료해도 낫기 힘든 병도 많다. 때문에 고도비만인 사람들은 미용이 아닌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흔히 살이 많이 찔수록 더 쉽게 더 많이 감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먹거나 격한 운동을 하는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다이어트로 빠지는 것은 수분과 단백질이 대부분이다. 비만의 근본 원인인 체지방은 살이 많이 찔수록 더 빼기 힘들다.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었거나 적게 움직여서가 아니라 체중을 관장하는 내 몸의 균형이 깨진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만이 심할수록 내 몸의 상태도 안 좋고, 그만큼 다이어트를 하는데 있어 힘들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또 고도비만인 사람들은 소아비만에서부터 이어져 온 경우가 많다. 소아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 뿐 아니라 숫자도 늘어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고도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어려서부터 과다한 체지방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망가진 신진대사와 조절기능을 회복시키는게 훨씬 더 어렵다.
고도비만인 사람들 중에는 다이어트를 꾸준히 해온 경우가 제법 많다. 그러나 그들이 여전히 비만인 이유는 잘못된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이다. 비만은 내 몸이 지방이 부족하다고 착각하여 지방을 안 내놓으려고 하는 상태이다. 그런데 굶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지방을 자꾸 소모하면 내 몸은 지방이 부족하다는, 더 위기상황으로 인식하여 더더욱 지방을 안 내놓으려 한다. 몸이 더 망가지는 것이다. 다이어트로 억지로 체중이라는 숫자를 줄여났을지 모르나 다이어트를 멈추는 순간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더 살이 많이 찔 수도 있다. 잘못된 다이어트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고도비만인 사람들은 어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일까. 고도비만이라 하여 일반적인 다이어트와 딱히 다르지는 않다. 단순당과 트랜스지방, 포화지방을 금하고 탄수화물 섭취도 줄인다. 밥은 한끼에 반공기씩 하루 1공기 반이 적절하다. 기름기 없고 양념하지 않은 고기와 콩, 저지방우유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고도비만은 섭취량이 줄어들면 극심한 공복감에 힘들어 하게 되는데 식사 사이사이에 단백질과 채소 등으로 배고프지 않게 해줘야 한다. 내 몸이 지방을 내놓는 체질로 바꿔야 한다. 배고프지 않게 적은 양을 자주 먹는다. 운동을 많이 하면 몸에 무리가 가므로 요가 등으로 시작하여 점점 운동강도를 높여 간다. 식생활과 운동 외에도 지방을 안 내놓으려는 체질로 만든 다른 원인들,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을 찾아 해결해줘야 한다.
물론 고도비만인 사람들은 경도의 비만에 비해 다이어트가 훨씬 더 힘들다. 경우에 따라 약이나 위밴드수술, 위절제수술, 지방흡입 등의 수술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음식조절, 운동 등의 다이어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술도 소용이 없다. 억제할 수 없는 식욕으로 인해 위장내 풍선장치수술로 위장 공간을 줄여놓은 환자가 있었다. 꾸준히 병원에 방문했어야 하는데 오지 않았다. 몇 주 후 원래의 체중 그대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수술까지 하고도 빠지지 않았으니 너무나 안타까웠고, 지방을 내놓지 않으려는 체질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수술도 비만의 근본치료가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