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원산지도 모르면서....수입 맥주 불티
수입맥주가 빠른 속도로 국내 ‘안방’ 시장을 잠식 중이다. 불황에 규제까지 겹치면서 국산맥주가 주춤하는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은 수입맥주가 폭발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류업계에서는 수입맥주의 인기가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히 수입맥주 전성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올해 수입맥주 매출이 24.5% 성장한 것에 비해 국산맥주는 4.7% 줄었다. 이마트에서도 수입맥주는 지난해에 대비 32.5%나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5.8%나 올랐다. 같은 기간 국산 맥주 매출이 1.3%(2012년), 1.4%(올해 1분기)의 저조한 성장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 4만1492t수준이던 수입맥주는 2년 뒤 5만8993t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7만4750t까지 확대됐다. 이 기간 수입금액도 3715만6000달러에서 7359만1000달러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국산맥주의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도 수입맥주 구입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애주가 김모씨는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감칠맛과 깊은 맛이 난다” 면서 “나라마다 맛이 다르고 독특해 수입맥주를 즐긴다”고 했다.
그런데 맥주 맛은 잘 알지만, 일부 수입맥주 브랜드는 실제 원산지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 소비자원이 수입맥주를 즐겨 마시는 소비자 3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일부 외국브랜드 맥주가 국내산이거나 제3국에서 생산된 것임을 모르는 소비자가 56.3%나 됐다.
한국소비자원은 2010년 10월 “시판중인 맥주 77개의 원산지를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의 원산지와 브랜드 기원국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제품인 버드와이저와 벨기에 제품 호가든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이들 두 제품은 2013년 4월 현재도 여전히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생산중인 버드와이저는 쌀은 국산, 맥아는 캐나다 제품을 사용하였고, 역시 제조공장이 광주광역시인 호가든은 맥아는 핀란드, 밀맥아는 독일, 전분은 수입산으로 표기하였다. 이들 제품은 또 의무 표시사항이나 광고에서 원산지를 식별하기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브랜드 기원국만 강조하여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소비자원 조사 당시 중국에서 들여왔던 칼스버그와 아사이맥주는 2013년 4월 현재 기원국인 덴마크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기원국과 원산지가 다른 맥주의 문제점으로 ‘맛과 품질이 다를 수 있다’(59.3%)를 우선 꼽았다. ‘가격이 비싸다’(40.0%), ‘원산지를 알기 어렵다’(37.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