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살률 높은 우울증 따로 있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위험도 높아
우울증은 심각하게 의욕이 떨어지고 기분이 우울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돼 삶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병이다. 우울증은 감정, 생각, 신체 상태, 행동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식사와 수면이 달라지고, 기분이 우울하고 불안하며 부정적인 생각과 자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우울증은 상당히 흔한 병이다. 살아가는 동안 여자는 10~25%, 남자는 5~12%가 적어도 한번은 우울증에 걸린다.
우울증은 슬픈 감정 또는 신체 증상을 위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크게 나눠진다. 또 산후우울증, 갱년기우울증, 가면우울증, 주부우울증, 계절우울증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자살과 연관성이 높은 우울증 유형이 따로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사진 좌) 교수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은 한국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6개국 13개 대학병원에서 총 547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가 간 비교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민족에서 ‘멜랑콜리아형 우울증(major depression with melancholic features)’이 있거나 충동·분노감을 나타내는 우울증일 경우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이 각각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은 우울증 중에서도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42.6%로 다른 민족보다 1.4배 이상 많았다. 또 같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일지라도 자살 위험이 다른 민족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더 심한 우울증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우니나라처럼 자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심각한 우울증의 여러 가지 유형 중 한 형태로 즐거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심한 식욕감퇴와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 또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찍 깨고, 아침에 모든 증상이 더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연구팀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있을 경우 술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술로 잠을 이루려고 하다 보면 새벽에 금단증상이 발생해 자살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충동·분노감이 동반된 우울증도 자살 위험도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홍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우울증 중에서도 특정 우울증 유형을 다국가 공동연구를 통해 발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연구”라며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환자에 대한 집중적 치료와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 자살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기분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