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사먹고 두 눈 실명… 국민이 위험하다”

아세트아미노펜에 관한 불편한 진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국에서 편하고 쉽게 사서 복용할 수 있는 의약품은 대부분 해열, 소염, 진통효과가 있는 약이다. 대부분의 소염진통 작용이 있는 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에 일반의약품(OTC, over-the -counter)으로 분류되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아세트아미노펜(성분명)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반의약품에 관해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2012년 1월 기준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처)에 등록되어 생산 유통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의약품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합쳐서 780개 품목이 넘는다고 한다. 불편한 진실은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용량에 관한 것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2011년 1월 13일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전문의약품에 대하여 1회 투여단위당 최대용량을 325mg으로 제한하고, 제품설명서에 심각한 간 손상 및 알레르기 반응(호흡곤란, 가려움, 발진 등)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표시하도록 조치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약품 안전국장 명의) 역시 같은 해 1월 26일 ‘전문가 및 소비자를 위한 정보’와 ’325mg 초과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전문의약품 허가현황‘이라는 두 가지 문서를 첨부하여, 국내의 의사 및 약사들에게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발송하였다.

미국 FDA가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전문의약품에 대한 1회 투여단위당 최대용량을 제한한 이유는 비의도적 과용(unintentional overdose)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비의도적 과용이라 함은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전문의약품(복합제) 복용 중 비의도적 또는 실수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일반의약품을 복용하여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량복용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전문의약품은 아세트아미노펜의 1회 투여 용량을 325mg으로 제한하는데, 일반의약품의 용량은 어떤가라는 것이다(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의 처방 단계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의 용량에 관한 제한이 가능한데, 일반의약품의 경우 그 용량 제한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감기약 사먹고 두 눈 실명… 국민이 위험하다”실제 부산에 사는 김모씨는 2010년 1월경 약국에서 김기약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일반의약품을 구입하여 복용하고 난 후 피부에 반점, 가려움증 등이 발생하자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주사와 함께 의사처방에 따라 다른 약을 복용했다. 그런데 상태가 악화되어 다른 병원을 찾아 약을 주사, 복용하였는데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이 의심되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증세가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양쪽 눈이 실명이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이란 약물 부작용으로 온몸의 피부가 벗겨지는 질환인데, 상태가 더 심해지면 표피가 괴사되는 단계까지 간다(표피성괴사융해, Toxic Epidermal Necrolysis TEN). 눈의 점막에 손상이 되는 경우 각막이식을 해야 하는데, 각막이식에도 불구하고 시력에 상당한 손상을 주거나 실명까지 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국적으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으로 시력 손상이 된 환자는 상당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필자가 알고 있는 환자들도 여러명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의약품이든 전문의약품이든 약국 판매를 위해서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용법, 용량, 사용시 주의사항 등이 의약품 설명서에 자세히 표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의약품의 경우에는 의사에 의하여 1회 최대용량이 325mg으로 제한이 되지만, 일반의약품의 경우 그러한 제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김모씨가 구입한 일반의약품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함유량이 500mg이었다(전체 650mg중 푸르설티아민이 20mg, 아세트아미노펜이 500mg, 기타 부형제나 결합제, 착색제가 나머지 성분임).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환자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1회 투여 단위가 500mg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환자들은 자신이 약국에서 구입하고 있는 감기약의 주성분이 심각한 간 손상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 특히 일반의약품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의 1회 투여용량이 전문의약품보다 높아서, 환자들이 감기나 몸살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여 복용 중에 과다복용(overdose)의 위험성에 더 노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약국에서 약을 판매하는 약사 역시 일반의약품의 경우 전문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아세트아미노펜의 1회 최대용량이 325mg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과연 대한민국 식약처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용량에 관하여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구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반의약품의 종류, 용량, 사용시 주의사항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앞으로 제2, 제3의 김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나라 모든 감기환자들이 안전하게 감기약을 구입, 복용할 수 있도록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도 제조단계부터 1회 최대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의사와 약사에게만 통지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입하는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기 전에 주된 성분이 무엇인지, 그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여 의약품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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