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정보 제공, 치료방향 공동 결정해야”
서울대병원 조비룡·신동욱 교수 연구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의사의 소견뿐 아니라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들은 환자의 의견도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가정의학과 조비룡·신동욱 교수팀이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604명의 건강한 수신자에게 위암의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 선별 검사와 제균 치료의 장·단점을 설명한 후 시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우리나라 성인 50%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있지만 증상이 없거나 위염을 가진 성인도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마다 이견이 있었다. 일반인도 제균 치료에 대해 잘 몰라 환자의 의견보다는 의사의 뜻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비룡·신동욱 교수팀은 우선 수신자에게 헬리코박터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9개 문항을 질문했다.
수신자들은 평균 3.9개를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가 위암이나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약 60%가 알고 있었으나, 헬리코박터에 대한 진단법이나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절반이 넘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선별 검사 및 치료를 받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감수해야 하는 위험과 비용을 6개 항에 걸쳐 상세히 설명했다.
그 결과 수신자의 73.7%(445명)가 ‘선별검사를 받고 균이 있다면 치료를 받겠다’고 답했고, 3.5%(21명)는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18.2%(110명)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설명 이전부터 헬리코박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선별검사 및 치료’를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수신자 대부분은 그들의 선택과 관계없이 이 같은 설명 자료가 제공되는 것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비룡 교수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헬리코박터에 대한 치료는 꼭 해야 하는 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며 현재의 진료지침에서는 치료의 이득, 위험, 비용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며 “무턱대로 검사를 받기 보다는 본인의 가족력, 예방치료에 대한 선호도 등을 따져봐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욱 교수는 “환자가 특정 치료의 장단점을 잘 알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스스로의 상황과 가치관 등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헬리코박터(Helicobacter)’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