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돌연사 주범은 부모? 함께 자다 60% 발생
국내 첫 SIDS 부검 분석 결과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영아급사증후군(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은 12개월 이하의 영아가 잠든 이후 사망한 상태로 발견이 되며,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런 SIDS에 대한 법의학적 부검 통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유성호 교수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양경무 박사팀이 1996년~2008년까지 부검을 통해 SIDS로 진단된 355건을 대상으로 숨지기 전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숨진 영아 10명 중 6명이 부모와 함께 자다 사망 위험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모와 잠자리를 같이할 때 위험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잠을 재우는 등의 행동이 심폐기능을 떨어뜨려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숨진 355명의 영아 가운데 평상시 수면자세가 파악된 경우는 168건이었는데, 이중 44.7%가 아이를 엎어 재우거나 옆으로 뉘여 재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아기를 재울 때는 천정을 바라보게 똑바로 뉘이고 부모와 침구류를 따로 사용해야 하며 만약 아이와 함께 자야 한다면 한 팔 간격(50cm)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면 습관 및 수면 환경은 SIDS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혀 왔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생아를 엎어 놓고 재우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 전인 1960년대부터 이러한 습관이 SIDS를 잘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는 1970년대에 똑바로 누워 재우던 신생아와 영아들을 엎어 놓고 재우게 한 이후 SIDS 발생이 갑자기 증가했다. 이후 똑바로 눕혀서 재우는 캠페인을 시작한 다음부터 이의 발생 빈도가 현저하게 감소했다. 영국,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에서도 똑바로 눕혀서 재운 다음부터 SIDS 발생이 50%나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아기를 옆으로(모로 세워서) 재우는 것이 머리 모양을 예쁘게 만든다는 근거 없는 속설을 믿고 따라 하다가 SIDS가 발생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를 모로 세워서 재우는 것이 수면 자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SIDS 발생을 2배 이상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SIDS는 임신과 관련해서 △여러 자녀를 둔 경우 나중에 태어난 아기에게 일어날 확률이 높고 △임신 간격이 짧은 경우 △산전 진찰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 △태아의 발육이 좋지 않거나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 △출생 후 발육이 좋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흡연도 SIDS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에 따르면 산모가 흡연할 경우 SIDS 발생이 3~5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위험은 산모의 흡연양이 많을수록 증가한다. 출생 후 영아가 가족의 흡연에 노출될 경우에도 SIDS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