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약 제조’ 부활 싸고 다시 의약 갈등
“환자들이 불편하다” “약국 다 망한다”
병원내 약 조제권을 둘러싸고 병원과 약국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병원협회가 환자 편의를 앞세워 병원 안에서도 약 조제가 가능하도록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약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병원내 약 조제권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금지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현재 병원 안에 설치된 약국은 입원환자와 응급환자, 정신질환자의 약만 조제할 수 있어 외래환자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밖으로 나가 일반약국에서 약을 타야 하는 불편이 있다”면서 “외래환자도 일반약국이나 병원약국 어디서나 약을 살 수 있도록 환자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병원협회는 병원약국보다 일반약국의 약제비(약사의 조제 행위에 주어지는 조제료와 복약지도료, 의약품관리료 등)가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외래환자의 병원약국 조제를 허용하면 보험 재정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병원협회는 “이를 위해 지난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 병원 600곳에서 조제처 선택권 회복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264만 명이 참여했다”면서 “정부와 국회에 건의해 관련법안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대한약사회는 “약국이 병원에 소속돼 있으면 병원수익을 위해 비싼 약을 쓰거나 필요 이상으로 약을 많이 처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면서 “병원내 약 조제권을 허용하면 12년 동안 뿌리내린 의약분업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펄쩍 뛰고 있다. 이어 “의약분업의 기본은 의사의 처방을 병원 밖에서 약사가 다시 재확인해 가장 적절한 약이 조제될 수 있도록 서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사회측은 약제비 인하 효과에 대해서도 병원은 병원관리비 등 다른 명목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약제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병원측과 약국 간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은 대형병원 앞 약국의 월매출액이 수억원을 기록하는 등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 이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도 외래환자의 약을 팔게 되면 이런 약국들의 매출이 급감해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