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 여성 50% 진짜 당뇨환자로
출산 후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 빨라
임신 중 혈당이 올라간 임신성 당뇨병 여성 2명 중 1명은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곽수헌·박경수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장학철 교수 공동연구팀이 임신성 당뇨병 여성 843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전체 임신성 당뇨병 여성의 12.5%는 출산 직후 당뇨병이 없어지지 않고 바로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매년 약 6.8%의 여성들이 당뇨병으로 진행해 출산 후 8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50%의 임신성 당뇨병이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제2형 당뇨병은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의 식단,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외에 특정 유전자의 결함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으며 췌장 수술, 감염, 약제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 임신성 당뇨병 여성은 출산 후에도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이후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비만, 임신 중 고혈당, 인슐린 분비 능력 저하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출산 후 조기에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한 여성들과 출산 1년 이후에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한 여성들의 임상적, 유전적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조기에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한 여성들은 1년 이후에 당뇨병으로 진행한 여성에 비해 임신 중 혈당 상승이 심했고, 인슐린 분비 능력이 25% 정도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기에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한 여성들은 제2형 당뇨병 및 인슐린 분비 능력 저하와 관련된 CDKN2A/2B, HHEX 유전자의 변이가 많았다.
곽수헌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 여성은 출산 후 6~8주 사이에 반드시 경기당부하 검사를 받아 혈당이 정상화 되었는지 확인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결과로 임신성 당뇨병 여성에서 제2형 당뇨병 발병 기전을 규명하고 새로운 예방법을 세우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내분비학회지(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3월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