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정복 눈앞? 태내 감염 신생아 첫 완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 기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미국의 여자아이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는 감염된 에이즈 환자 치료로는 사상 첫 사례에 해당되는 것으로, 지금까지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에이즈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시시피대학 메디컬센터는 에이즈에 걸린 여아에게 태어난 직후부터 2년 반 동안 약물치료를 진행해 완치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태어날 때부터 보균자였던 아이가 완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약물치료를 중단하고서도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았다. 기능적인 완치 상태”라고 밝혔다.

기능적 완치란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바이러스의 억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성인까지 포함해 에이즈 환자가 완치된 것은 ‘베를린 환자’로 불리는 미국인 티모시 브라운 이후 두 번째다. 브라운은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HIV 면역 유전자를 가진 사람으로부터 골수 줄기세포를 이식받았다. 브라운은 골수 이식으로 2011년 완치 판정을 받은 첫 번째 성인 환자로, 태어날 때부터 보균자는 아니었다.

미시시피대학 메디컬센터 의료진은 출생 후 31시간 안에 약물 병용 치료법을 시행해 치료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약물치료로 에이즈 균 복제를 막는 데 성공해도 완치가 불가능했던 이유는 균이 바이러스 서식지 내에 숨어있다 약물의 효과가 사라지면 곧장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의료진은 바이러스 서식지가 생기기 전에 자기 복제를 막기 위해 이런 치료법을 시행한 것.

약물 병용 치료법 이후 아이의 혈중 HIV 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생후 29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치료는 생후 18개월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이 아이를 낳은 여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부터 치료가 예약된 날에 나타나지 않다가 치료를 끊은 후 10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이 아이를 다시 검사할 결과 HIV나 HIV 항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는 존스 홉킨스 대학 아동병원으로 옮겨져 감염내과 전문의 데보라 페르소 박사로부터 정밀검사를 받았다. 잠복 상태로 들어간 HIV가 검출되는 CD4-T 면역세포를 배양했으나 바이러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페르소 박사는 “치료를 중단하고도 바이러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들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대부분 치료가 중단되면 바이러스가 수주 안에 급증했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에이즈에 걸린 임산부가 아이에게 출생 전에 바이러스를 옮길 확률은 15%, 모유 수유로는 45%다. 하지만 임신 중에 약물치료를 진행하면 확률은 2%로 떨어진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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