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수명 늘려주는 가스 발견됐다
일산화질소…수명 연장효과 확인
생물의 수명을 늘려주는 가스가 발견됐다. 이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를 먹으면 효과가 있다. 지금은 동물실험 단계지만 앞으로 사람의 노화 방지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뉴욕대병원의 생화학과 연구팀이 지난 주 ‘세포(Cell )’ 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문제의 가스는 일산화질소, 몸 안에서 혈관을 확장해주고 신경 신호를 전달하며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이같은 혈관 확장효과를 활용한 제품이다. 여기에 중요한 기능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생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환경 스트레스에 잘 견디게 해준다는 것이다.
실험에 쓰인 생물은 흙 속에서 박테리아를 먹고 사는 ‘예쁜꼬마선충’. 길이 1mm인 이 벌레는 인간 등과 달리 스스로 일산화질소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 대신 고초균이 만드는 것을 이용한다. 이 균은 예쁜꼬마선충이 좋아하는 먹이로서 이 선충 대부분의 장 속에서 살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고초균을 먹인 선충은 대장균을 먹인 선충에 비해 수명이 50% 가량 길다. 대장균은 일산화질소를 만들지 못한다.
이번 연구에선 일산화질소를 만들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고초균과 정상 고초균을 사료로 이용했다. 그 결과 정상균을 먹인 집단은 조작균을 먹인 집단에 비해 수명이 15%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추정되는 사실은 고초균이 생산하는 이로운 분자가 다양하며 일산화질소는 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초균이 만든 일산화질소는 선충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 65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유전자 한 세트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스트레스 저항성, 면역 반응,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으며 나머지의 기능은 아직 모른다.
연구팀의 이브제니 누들러 교수는 “선충 속의 박테리아는 일산화질소를 스스로뿐 아니라 숙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면서 “이와 똑 같은 일이 인간의 장 속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내에서 우리와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장의 일부 유전자를 조작해 스트레스나 노화의 악영향으로부터 장 세포를 보호해주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장 속에는 비타민을 만들고 섬유질을 분해해주는 이로운 박테리아 집단이 공생하고 있다. 공생 박테리아에 고초균 같은 것이 포함돼 인간의 수명을 늘려주는 날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