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탈모증, 유전자 검사로 예측 가능

서울대의대 권오상·김종일 교수팀

중소기업 영업팀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40대의 김 모 씨는 몇 달 전 모발이 원형으로 빠지는 원형 탈모증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다. “원형탈모증은 흔한 질병이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머리카락 전체나 전신의 털이 빠지는 전신탈모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을 것. 김 씨는 꾸준히 치료를 잘 받아 원형탈모증이 완쾌됐지만, 전신탈모증에 걸릴까봐 떨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신탈모증, 유전자 검사로 예측 가능이렇게 원형에서 전신탈모증으로 악화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국내 연구진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원형탈모증에서 전신탈모증으로 변화되는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권오상(피부과학교실)·김종일(생화학교실) 교수팀은 아시아인의 전신탈모증 원인 유전자를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원형탈모증은 전체 인구의 약 2%가 한번은 경험하는 흔한 질병이고 치료도 잘 된다. 하지만 이중 5~10%는 머리 전체(온머리탈모증)나 전신의 털이 빠지는(전신탈모증) 질병을 겪게 되는데 이 경우 회복이 어렵고 예후도 나쁘다. 하지만 이번에 원인 유전자를 찾아냄으로써 전신탈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미리 예상하고 선제적인 치료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원형탈모증은 일종의 자가 면역 질병으로, 혈액 속의 T임파구가 자신의 털을 몸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공격함으로써 머리카락이 원형으로 빠지는 증상이다. 연구팀은 사춘기 이전에 탈모증이 발생한 15명의 소아환자를 포함해 모두 20명의 조기 전신탈모증 환자(평균나이 15세)에게서 말초혈액을 추출한 뒤 이 속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정상 아시아인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신탈모증 발생과 관련이 있는 면역 관련 유전자 6개(HLA-DRB5, BTNL2, HLA-DMB, HLA-A, PMS2, TLR1)를 발견했다.

이 중 HLA-DRB5 유전자와 주조직적합성항원(MHC) 2형 내부에 존재하는 BTNL2 유전자가 전신탈모증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두 유전자가 모낭의 특정 자가 항원에 대한 특이적인 자가 면역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전신의 털이 빠지도록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 적용을 위해 좀 더 많은 전신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전체(게놈)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오상 교수는 “전신탈모증의 경우 오래될수록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아 악화 소인이 있는 경우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며 “최근 면역반응과 항원 전달 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생물학제제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 저널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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