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하면 소심남이 터프가이로?

쥐의 행동 결정하는 유전자 발견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을 적극적인 사람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왼손잡이가 순식간에 오른손잡이가 될 수 있을까. 멀지않은 미래에는 유전자 조작으로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행동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행동이 유전되는가 하는 것은 과학이 풀지 못한 숙제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비버가 나무를 잘라 댐을 쌓거나, 새가 나뭇가지 등으로 둥지를 짓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하는 행동으로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버드대의 호피 획스트라 교수 연구팀은 흰발 생쥐(deer mice)와 흰발 생쥐 류 중에서 가장 작은 올드필드 생쥐(oldfield mice)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특정 모양으로 땅굴을 파게 만드는 유전자 군을 발견했다. 흰발 생쥐는 땅굴파기를 좋아하는데 입구에서 보금자리까지 땅굴을 짧게 판다. 반면 올드필드 생쥐는 땅굴을 길게 팔 뿐 아니라 천적의 침입을 대비해 도망갈 수 있는 탈출용 땅굴까지 판다.

연구팀은 두 쥐를 교배해 태어난 새끼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땅굴을 길게 파게 만드는 유전자와 탈출용 땅굴을 파게 하는 유전자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새끼들은 여러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올드필드 생쥐처럼 땅굴을 길게 그리고 탈출용 땅굴을 판 경우가 있고, 흰발 생쥐처럼 땅굴이 짧고 탈출용 땅굴을 파지 않은 새끼가 있었다. 또 땅굴이 깊지만 탈출용 땅굴을 파지 않은 경우와 땅굴이 짧지만 탈출용 땅굴을 판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땅굴의 길이와 관련된 유전자 영역은 3개, 탈출용 땅굴과 관련된 유전자 영역은 1개라는 것을 발견했다. 획스트라 교수는 “땅굴의 모양이 유전자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유전자를 조작해서 땅굴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라며 “유전자와 행동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파리의 행동과 유전학 연구 전문가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로버트 안홀트 교수는 “이런 유전자 영역의 발견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한데 그것은 행동에 영향을 주는 특별한 유전자나 유전자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 잡지 ‘네이처’에 실렸으며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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