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암, 목소리 잃지 않고 고친다

 

김영호씨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적절한 체중에, 술도 그리 즐기지 않는 그는 나름 건강하다고 자부한다.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고교 시절부터 시작한 흡연이다. 이후 줄곧 담배를 피워 왔고, 이는 그의 삶의 일부일 정도로 습관이 되었다. 이따금 친구들 또는 동료들과의 친목 모임에 가서도 술은 한 모금 적시는 정도이지만 담배는 계속 피웠다. 몇 번 금연을 시도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여지없이 의지를 상실하는 것은 담배라도 피워야 풀릴 것 같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방학까지, 게다가 ‘짤릴’ 위험도 없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이라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수업 때마다 널부러져 자는 학생들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그럴 때면 담배 한 대를 또 물게 된다는 것이다. 임용 초기에는 자는 학생을 일일이 깨워가며 한바탕 훈시도 하고 대꾸하는 학생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요령’을 터득한 것일까. 하지만 자신의 삶에 ‘손톱의 가시’가 있다면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담배를 오래 피워온 탓인지 오래전부터 목에 늘 끈적거리는 가래가 낀 듯한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 목소리도 거칠어 졌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고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먹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좋아 지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목소리가 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랜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면 목소리를 혼동할 정도다. 가족들마저 그의 목소리가 쉰 듯이 변했다고 할 지경이 된 것이다.

김영호씨는 동료 교사들의 권유에 못이겨 근처 이비인후과 의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성대 검사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매우 간단한 검사였는데 모니터를 통해 직접 자신의 성대를 볼 수 있었다. 의사는 성대에 결절이 있다고 했다. 그는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에서 생기는 결절일 수도 있으니 걱정말라”면서도 “혹시 모르니 큰 병원에서 가서 정밀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였다. 조직검사를 하고 며칠을 기다렸다. 암이란다.

과거 오랫동안 시행해온 성대암 치료 방식은 수술로 성대 및 주변 임파절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치료 효과는 확실하다. 그러나 수술 후에는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현대판 인어 공주인 셈이다. 식도의 떨림을 기계로 증폭하여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식도 음성법’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는 곤란한 정도이다. 전화로 소통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직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특히 지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업무의 대부분이 언어 소통에 있으므로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다.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인 빈곤은 병을 완치한다 해도 환자의 삶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 뻔 한 일이다.

성대암은 방사선 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고맙게도 이병은 초기 증상으로 음성의 변화가 오므로 이를 무시하지 않고 검사를 받으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성대암 1기 같으면 방사선 치료로 90%이상의 환자에서 완치가 가능하다. 치료 후 얼마간, 방사선 치료 부위 연조직의 부기가 가라앉기까지는 음색이 달라지고 계속 쉰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목소리가 거의 이전과 가깝게 돌아온다. 무엇보다도 목소리를 희생하지 않고도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호씨는 다행히 암이 성대에만 국한되어 있는 1기인 것으로 나왔다. 7주간의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었다. 방사선 치료는 하루 10여분 정도만 소요되는, 감당하기 별로 어렵지 않은 치료였다. 굳이 부작용이 있다면 성대 근처의 손바닥만한 치료부위의 피부가 붉게 변하고 약간 가려운 정도였다. 병가를 내기는 했지만 치료 시간도 짧고 부작용이랄 것도 없이 정상 생활이 가능해서, 치료 과정 중에도 출근해서 일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치료 과정이 종료되고 추적 관찰 기간이 시작되었다. 치료 결과를 확인하는 성대 내시경 검사에서 드디어 종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였다. 피부 변화도 원래대로 회복되었고 목소리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영호씨는 자신의 병이 장기간의 흡연으로 비롯되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흡연을 계속하면 다른 부위에 2차적인 암의 발병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차례 시행 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담배를 끊었다. 그의 치료 과정을 아는 지인들도 상당수 담배를 끊었다. 2년여가 지나자 영호씨의 목소리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성대암, 목소리 잃지 않고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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