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실 칼럼] 암환자의 삶의 질을 지켜주는 방사선 치료

새해가 시작됐다. 연하장에 자주 등장하는 “건강하시라”는 인사말은 다소 상투적이긴 하나 그만큼 가장 절실한 우리의 소망을 반영한다. 요즘 주변에 암 투병중인 분들이 참 많다. 유명인도 그렇고 지인 중에 병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암 환자다. 암은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의 산물로 이해되고 있다. 유전적인 것은 개인적인 특성으로 친다 하더라도, 환경적인 부분은 갈수록 암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도 종합병원인데 실제 전체 환자의 40%이상이 암환자다.

이 치명적인 질환에서 인류를 보호하는데 방사선의 발견은 얼마나 중요한 전환점이었던가. 방사선으로 암을 제대로 진단하고,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한다. 같은 방사선인데 어떻게 이 두 가지가 다 가능한 것일까? 이는 방사선의 에너지 영역이 높고 낮음에 따라 생물체가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낮은 에너지의 방사선에서는 다양한 성분으로 이루어진 우리 신체 조직이 서로 다른 영상적 반응을 한다. 이를 이용하여 영상적 진단을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골격구조와 내부 장기의 외형만 짐작되는 정도의 영상이었지만 요즘의 영상은 어떠한가. 컴퓨터 단층촬영의 정밀한 영상은 기본이다. 뿐 만 아니라 암의 대사 활성도가 정상 장기보다 훨씬 더 높다는 점을 이용한 양전자 동위원소 대사 영상은 진단을 정확히 내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을 진단하는 최종 과정은 조직 검사이지만 영상 검사는 암의 의심 부위(영상적 진단), 확산 정도(병기 결정)등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상 촬영에 사용되는 방사선보다 수천 배 높은 에너지영역에서는 전혀 다른 작용이 일어난다. 세포를 파괴하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이다. 이를 이용하여 암을 치료한다. 특히 현대의 방사선 치료에서는 암덩어리의 모양에 따라 정교하게 디자인된 방사선이 투여된다.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방사선이 조준한 곳에 제대로 들어가는지, 영상 촬영을 통해 감시하는 시스템까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암의 3대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요법 등이다. 기타 시험적인 시도가 다양하게 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위의 3가지이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병용하는, 이른 바 다방면 요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불과 십 수년전만 해도 암치료는 근치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것에만 집중하였다. 의사들은 수술로 암을 제거한 후 환자의 삶이 어떠한지 관심을 두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치료 성과 즉, 생존율이 같다면 암환자의 삶의 질을 최대한 보존해야 하지 않은가? 이것이 현재 암치료의 중요 원칙이다.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 신체의 주요 기능을 희생하지 않는 것이다. 방사선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로 떼어 내는 부위를 최소화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을 성공적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특히 종양과 주변장기를 정확하게 구분해 종양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쬐어 주면서 정상 장기들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 하는 정밀 치료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삶의 질을 보존하는 방사선 치료의 역할은 더욱 확실해졌다. 방사선은 삶의 질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암을 치료하는 데 일등공신이다.

사실 이러한 앞선 기술을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게 된 것은 순전히 의사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없이 앞선 나라에 가서 기술을 배워오고, 세제 혜택도 없는 고가의 장비를 들여 오는 등 이 분야의 전문 인력 숫자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신기술을 개척해왔다. 우리나라의 방사선 치료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방사선의사가 하루는 방사선 영상 판독을 하고 하루는 방사선 암치료에 매달리는 등 매우 포괄적인(?) 일을 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방사선의 암치료... 이는 보이지 않는 빛의 선물이다. 지난 30년간 이 분야에서 일해 온 전문가로서, 보다 많은 암환자에게 이 빛이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성진실 칼럼] 암환자의 삶의 질을 지켜주는 방사선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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