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키스부터!
영원한 여름일 것 같던 미국의 우리 동네에도 드디어 차가운 바람이 분다. 생애 처음으로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만 역시, 연말연시는 입술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위가 어울린다.
예전에 어떤 분이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입술에서 표가 난다고 말씀했다. 사랑을 받지 못해 트고 메마른 입술. 지금, 내 모습은 대략 20년은 독수공방한 여자다. 감기 때문에 입술이 트다 못해 입주변의 각질이 일어나 엉망이다. 키스로 이 감기를 내 남자에게 떠넘길 수 있을 테지만 감기바이러스로 가득한 타액도 흔쾌히 마셔주는 건, 만나고 3개월 정도가 유통기한이다. 후후.
멋진 키스의 전제 조건으로, 나에 한해 말하자면 부드러운 입술, 적당히 벌린 입 그리고 오픈 마인드다. 입을 적당히 벌리는 것은 그 해의 뷰티 트렌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도장을 찍은 듯 새빨간 립 메이크업이 유행인 시절, S와 만나는 날은 립스틱의 빨간 기름과 침으로 인해 입술 주변이 얼룩이 지지 않은 날이 없었다. S는 입가의 침을 개울처럼 흘려보내며 밀어붙이는 키스에서 쾌감을 느낀 모양이지만 나는 그와 키스할 때마다 깡마른 불독과 대낮의 길거리에서 침을 교환하는 장면을 연상하곤 했다. 몇 번 내가 원하는 템포의, 원하는 방식으로 선수를 쳐서 키스를 시도했지만 그의 입가가 ‘터진’ 키스는 여전했다. 그래서 S와는 키스에서 멈춘 사이로 끝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려 66%의 여성이 키스가 별로면 바로 성적인 끌림이 사라진다고 응답했다. 또, 남성의 53% 그리고 여성의 15%만이 첫 키스 없이 섹스가 가능하다는 리서치 결과만 봐도 키스는 여성의 섹스 라이프에서 대단히 중요한 단계다. 나쁜 키스 하나면 여자의 타오르던 불꽃이 즉시 꺼진다. 안티 클라이맥스로 가는 지름길, 키스를 더럽게 못하면 된다.
남자는 키스만 하면 섹스는 오케이,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키스는 일종의 리허설로, 리허설만 주구장창 하고, 본 공연을 하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에게 키스는 오디션이다. 오디션을 통과해야 주 무대가 주어진다. 입술을 맞대었는데 “날아오르지” 않으면 그 다음은 없다. 여자들은 그렇다. 아니면, 아예 날아오르는 과정을 건너뛰고 그냥 하반신만 이어버리던지. 드문 경우지만 키스 테크닉이 마음에 안 들어도 침대에서 기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혹 입술 키스가 썩 만족스럽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라. 단 몇 번의 입맞춤으로도 그녀의 무릎을 꿇리는 몸의 부위들이 있다. 귓불이 외음부의 내장 신경과 연결되어 있어 대단히 민감한 부위라는 건 널리 알려진 의학상식. 귓불과 얼굴이 만나는 곳에 당신의 부드러운 숨결과 가벼운 핥기만으로도 자극은 충분하다. 그리고 얼굴선을 따라 입술을 힘껏 비빈다. 혀의 평평한 부위를 이용해 세게 누르고, 얼굴선을 따라 아래위로 핥아주는 기술을 써볼 것.
뱀파이어의 키스마냥 아찔한 효과를 노리려면 목과 어깨가 만나는 커브를 주목한다. 역시 입술 터치만으로 여자를 쉽사리 흥분시킬 수 있는 곳으로, 서툰 혀 놀림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위다. 그 다음 커브 공략 지점은 겨드랑이다. 그녀의 두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올린 다음 팔과 겨드랑이 사이의 커브 안쪽 부드러운 살을 진득하게 물고 빨아올린다. 그런 다음 겨드랑이 털의 바로 아래 아주 부드러운 지점부터 핥기 시작, 겨드랑이의 중심부로 입술을 옮기며 키스한다. 겨드랑이 우묵한 곳은 입술과 잇몸을 동시에 사용, 마사지하면 상대방이 너무 좋아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이렇게나 노력했지만 그래도 다음 단계를 내주지 않는 파트너가 있을 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그래도 경험은 당신 것.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