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재균의 여자이야기] 소음순 성형술과 쌍꺼풀 수술
1980년대 후반 제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의 산부인과 교수 발령을 받고 몇 년 지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외래 진료실에 30대 후반의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부인과 진찰을 했는데 아무리 보아도 부인과적 질환을 발견할 수가 없어서 “정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 글쎄! 그 여성분께서 자기 소음순을 잘라서 예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그러한 요구를 하는 여성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어서 아니 멀쩡한 소음순을 왜 잘라 달라고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성분의 대답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자기는 남편과 함께 서양 포르노 테이프를 자주 보는데 남편께서 저 서양 여자의 소음순처럼 당신 것도 예쁘게 만들 수는 없냐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용(?)하다는 전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의 두재균 교수께 찾아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난감하였습니다.
이 분의 요구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별난 분도 다 있구나 하면서 이상한 눈으로 그분을 바라보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점잖게 설득해서 돌려보냈습니다. 왜 하나님이 주신 신체를 특별한 이상도 없는데 수술하려고 하느냐 말하면서요.
그런데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서울 강남의 여성 크리닉이 소음순 성형 수술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꽤 많은 여성이 소음순 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병원을 찾는 젊은 여성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상담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한 것은 새로운 의료시장을 창출하려는 의사들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의료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졌다는 의미도 됩니다. 시력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눈을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쌍꺼풀 수술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제는 소음순도 그런 식으로 해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다음은 소음순에 대한 간단한 소개입니다.
소음순은 질 입구 좌우에 날개 또는 입술 모양으로 존재하는 한 쌍의 피부 조직입니다. 사람의 얼굴 모양이 다 다르듯이 개인에 따라서 모양과 색깔이 다 다릅니다. 선천적이나 후천적 요인으로 커져있거나 좌우가 짝짝이이거나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검게 착색이 되어 있어서 고민하고 있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음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의 적응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러나 본인이 소음순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 등으로 고민하고 있으면서 심한 심리적인 위축감이나 성생활의 불편함을 겪으신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일반적인 소음순 수술의 적응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너무 커져 있거나 양쪽 소음순의 크기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 피부색이 검게 변해 있어서 성경험이 많은 여성으로 오해받을 여지나 콤플렉스가 있는 경우
* 양측 소음순이 서로 자주 달라붙어서 질염이나 방광염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 소변시 소음순이 요도를 덮고 있어서 소변줄기가 한쪽으로 흐르는 경우
* 꽉 끼는 바지나 속옷을 입었을 때 커져있는 소음순이 한쪽으로 쓸려 땀이 차거나 불편한 경우
* 커져 있는 소음순이 음핵을 덮고 있어서 성감이 떨어지거나 성관계 할 때 소음순이 질속으로 말려들어갈 경우 등 입니다.
소음순 성형수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외음부에 흉터나 해부학적 구조의 이상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양측 소음순의 모양이나 크기를 미적 기준에 맞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교정하는 것입니다.
성형 수술 후 통증은 1~2일 정도는 지속되지만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진통제로도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이 기간만 지나면 거의 아프지 않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수술 부위가 아무는 데에는 약 2~3주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샤워는 가능하지만 탕 목욕은 2~3주 정도는 피해 주는 게 좋습니다. 수술 후 즉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지만 되도록 상처 부위에 심한 마찰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최소 3주 동안 만큼은 성생활을 피해야 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여 년 전의 그 여성이 지금 찾아왔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수술을 해 드렸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