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욱 칼럼] 50대 중반부터는 사기꾼 못 알아본다
뇌 기능 저하로 사람 보는 눈 흐려져
나이 든 사람은 왜 사기를 잘 당할까? 그 이유는 뇌 기능 저하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50대 중반부터는 뇌에서 혐오감을 관장하는 ‘전측뇌섬엽’ 부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부위는 신용할 수 없는 얼굴을 판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니 사람 보는 눈이 흐려지는 것은 필연이다. 지난 주 미국 UCLA 심리학과의 연구팀이 ‘미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2편의 논문을 보자.
첫 실험은 55~84세의 성인 119명(평균 68세)과 젊은이 24명(평균 23세)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 30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얼마나 믿음직하며 다가갈만한 사람으로 보이는지 평가하게 했다. 얼굴 사진은 객관적으로 볼 때 ‘믿음직한’ ‘그저 그런’ ‘신용할 수 없는’의 3종류를 골라서 제시했다.
그 결과 양측의 평가는 ‘신용할 수 없는’ 얼굴에 대해서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나이 든 층은 젊은 층에 비해 이런 얼굴을 더욱 믿음직하며 다가갈만하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신용할 수 없는 얼굴에는 쉽게 알아차릴만한 단서가 나타나 있는 데도 나이 든 층은 이를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 째 실험에선 얼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뇌를 기능성MRI로 촬영했다. 참가자는 55~80세의 성인 23명(평균 66세)과 젊은이 21명(평균 33세)이었다. 분석 결과 젊은 층은 이 과정에서 전측뇌섬엽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할 수 없는’ 얼굴을 볼 때 특히 그랬다. 하지만 나이 든 층은 해당 부위의 활동이 미미했다.
연구팀은 “젊은 층의 뇌는 ‘조심하라, 여기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경고 신호를 보내는 반면 나이 든 층의 뇌는 그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뇌 기능의 저하에는 남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심리학 분야의 창시자인 연구팀의 셸리 테일러 교수는 “사람의 재정적 판단능력은 50대 초중반부터 쇠퇴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기에 걸려드는 전형적 희생자는 투자경험이 풍부한 55세의 남성”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들은 돈이 있으며 편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런데도 뇌에서 나오는 초기 신호 즉 ‘그 영화에 투자하지 말라’ ‘저 부동산을 사지 말라’는 경고를 듣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 든 사람에 대한 그녀의 충고는 명확하다. “투자를 권유하는 세일즈맨과 상종하지 말라. 결단코 ‘노’라고 말하라. 공짜 점심을 주는 투자설명회에 가지 말라. 이런 사람들을 멀리 하라. 당신의 돈을 극히 조심해서 다루라. 나 자신도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는 바로 끊어버린다”.
그런데 신뢰할 수 없는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얼굴사진을 ‘연구 조건의 제약 때문에’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테일러 교수는 개괄적인 특징을 말한다. “웃음이 진실되지 못하고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표정 전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진짜 웃음의 특징은 눈이 빛나며 가늘어지고 뺨의 근육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 같은 미소는 명명자의 이름을 따 ‘뒤센 웃음’이라 불린다. 이에 비해 속셈을 감추는 가짜 웃음은 입만 웃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