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심장수술법 ‘카바’ 금지했지만…
무엇이 ‘카바’인지 개념도 정의 못해
몇 년째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이 계속돼온 심장수술법 ‘카바’의 시술이 전면 금지됐지만 수술을 계속할 길 또한 열렸다. ‘카바’가 무엇인지 개념도 정의하지 못한 탓이다. 이 수술법을 개발한 건국대병원 송명근 흉부외과 교수(사진)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수술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바(종합적 판막 및 대동맥근부 성형술)란 심장을 둘러싼 막을 이용해 심장 대동맥 판막을 재건하고 혈관 주변에 특수한 카바 링을 끼우는 새로운 수술법이다.
30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카바수술에 대한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내달 1일부로 폐지키로 했다고 보고했다. 복지부가 2009년 6월 발효시킨 이 고시는 3년간 한시적으로 환자 자비부담의 카바수술을 허용하면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승인할 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장재혁 건강보험정책관은 "그동안 검증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으나 3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안전성·유효성 검증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고시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 시술에 대한 제도권 차원에서의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돼 고시를 폐지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6월 고시 마련 당시 카바 수술에 대한 정의 및 에비던스(증거)를 명확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 당시 학계의 책임이 크다. 이 수술과 다른 수술을 비교하려면 비교 잣대가 명확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검증에 들어가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시가 계속 유지될 경우 카바 시술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환자들의 불안과 혼란 등도 반복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이를 종결코자 하는 것"이라며 "고시 폐지에 따라 카바 수술은 앞으로 시술할 수 없으며, 치료 재료인 ‘카바 링’도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12월 이후 카바수술을 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의해 처벌된다”며 “의료기관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복지부, 카바의 개념도 정의 못해 =하지만 복지부는 ‘무엇이 카바 수술이냐’는 정의 문제에 대해 “명확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는 실제로 수술이 계속돼도 규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장 정책관은 “카바 수술은 수술법과 시술행위로 구분해야 하는데, 명확하지 않다”며 “학계도 정의를 못 내리는데 우리가 어떻게 내리겠는가. 학계의 몫이다. 학계에서 명확하게 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장 정책관은 또한 “고시를 폐지한다고 해서 해당 수술이 위험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위험성 등의 문제는) 관련 학회 등 전문가 단체에서 학술의 영역으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근 교수, “수술 계속할 터”=이에 대해 카바를 개발한 송명근 교수는 “수술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30일 아시아경제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송교수는 카바수술을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에 "건강보험 등재는 실패했지만 수술을 계속할 것이고 해외로 전수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자신이 양산화에 성공한 수술도구 카바 링을 쓰지 않고, 이 수술법을 처음 개발할 때처럼 기존 수술도구를 잘라 쓰는 방식으로 수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수술행위를 '카바'라 부르기 어렵게 되고 송 교수와 건국대병원은 통상적인 '판막성형술'로서 보험급여와 환자 몫의 진료비를 청구할 길이 열린다.
이미 송교수는 2011년 6월~12월 79명의 환자에게 전형적인 카바수술을 시행한 뒤 ‘대동맥판막 성형술’이란 명칭으로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했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강지선 수가등재부장은 전문가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고시위반이라 심사를 보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바란=2000년대 송교수가 개발한 카바는 심장을 둘러싼 막을 이용해 심장 대동맥 판막을 재건하고 혈관 주변에 특수한 카바 링을 끼우는 새로운 수술법이다. 송교수는 기존 판막치환술과 달리 평생 혈액 항응고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며 우수성을 홍보해왔다. 하지만 심장학회와 흉부외과학회, 보건의료연구원 등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과 보고서를 발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