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견 배우가 실명한 이유를 보니...
탤런트 H씨는 동네 아저씨같은 편안한 연기가 장기였다. 삼겹살 안주 한 점을 놓고 친구와 다툴 때는 영락없이 속좁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외동딸 결혼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우리의 아버지 모습 그대로였다.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었음에도 과장된 몸짓이 없었다. 삶의 애환이 녹아든 그의 연기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위로와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시력이 안좋아 연기를 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간이 좀 지나자 충격적인 얘기가 전해졌다.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와 가족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참담한 마음 뿐이었다. 그는 이제 평생 동안 지켜봤던 가족의 얼굴도 못보고, 일상생활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화려한 조명에 익숙했던 그의 앞은 온통 암흑천지였을 것이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그에게 결국 우울증이 찾아왔다.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걸음마부터 시작해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점자수업을 받고 지하철 타는 법을 익혔다. 시각장애학교 교장 역으로 연극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실명한지 3년 만에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병명은 당뇨병이었다.
지난 15일에는 코미디언 한주열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70~80년대 인기스타였던 그 역시 당뇨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한 채 투병생활을 해왔다. 한주열은 극심한 당뇨합병증을 겪었다. 말년에는 거의 청력을 잃었고 신부전증, 심장병, 뇌졸중까지 앓았다고 한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이처럼 실명과 다리 절단까지 유발하는 합병증 때문이다. 약한 고혈당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을 느끼지 못해 당뇨병을 방치할 수 있다. 통증이 없다보니 술, 담배는 물론 음식에도 주의하지 않아 결국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게 된다.
탤런트 김성원(75)은 모범적인 당뇨병 환자로 유명하다. 40년전 당뇨병을 앓기 전 그는 대식가, 대주가였다고 한다. 매 끼니 식사량이 엄청났고 맥주 1000㏄를 한번에 들이킬 정도였다. 그런 그가 당뇨 판정후 180도 바뀐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당뇨와 친구하라’는 책까지 펴낸 그는 절제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당뇨를 이기고 있다. 회식 때도 잡곡 주먹밥을 들고 가는 그는 하루 5000보 이상의 걷기운동을 빼놓지 않는다. 걷기를 생활화하기 위해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임에도 불구, 자가용까지 팔았다고 한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가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 10명 중 3명이 당뇨병 환자 또는 잠재적 당뇨환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 평균 수명이 84세(남성 77.3세)에 이르는 장수시대에 당뇨병은 삶의 질을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로 우리의 삶을 위로했던 한 배우가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게 너무 안타깝다. 실명까지 유발하는 당뇨병은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당장 내일부터 잡곡밥 등으로 식단을 바꾸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가자. 절제된 생활만이 당뇨를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