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빅6 병원’ 편입?… 심뇌혈관센터 선정 앞두고 관심
서해권 대표병원 자리매김… 견제 움직임까지
가천대 길병원이 서울지역 ‘빅4 병원’을 위협하는 의료기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까지 정부에 의해 10년 연속 우수응급의료기관으로 선정되더니 최근에는 권역외상센터 후보병원으로 선정됐다. 조만간 정부에 의해 권역별 심뇌혈관센터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 다른 병원의 견제까지 받고 있다.
길병원은 현재 1400여 병상을 갖춰 규모와 시설, 의료진, 연구실적 등에서 서울지역의 이른바 ‘빅4(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또는 ‘빅5(빅4+서울성모병원)’와 경쟁하는 국내 6위권 대형 병원으로 성장했다.
이 병원은 최근까지 보건당국에 의해 권역응급의료센터, 해바라기아동센터, 기능형 지역 암센터, 광역정신보건센터 및 광역자살예방센터 등으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인천의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정부가 길병원에 지원 사업 몰아주기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그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길병원 측은 “인천의 최고병원으로서 정부의 지원 사업에 많이 선정된 것은 맞지만 사람의 생명이 관련된 것을 나눠먹기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면서 “지원 사업 개수만 따지면 우리 병원이 많지만 예산지원 비율을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많다는 이야기다.
■ 섬 많은 지역, 응급의료에 전력한 결과
길병원은 21세기 들어서 다른 병원이 수익성을 들어 외면하는 응급의료에 충실했던 것이 지금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섬이 많은 서해안 병원이라는 특성에 맞춰 환자 이송과 시술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병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는 것.
이를 위해 병원 경영진은 의료진을 과감히 몰아붙였다. 심근경색증 환자가 오면 90분 이내에 응급시술을 시행하기 위해 응급시술자는 당직을 의무화하고 병원과 가까운 곳에 거주지를 정하는 것을 방침으로 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일부 직원이 이직하겠다고 반발했지만 밀어붙였다. 또 지방 병원으로서는 파격적으로 해외 석학들을 영입하는 등 연구인력 확충에 매달렸다.
길병원은 복지부의 심뇌혈관센터로 지정이 되면 ‘응급의료에 강한 병원’의 틀이 완성될 것으로 보고 기대하고 있다. 길병원은 경쟁력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 시즌’에 정치적 논리에 따라 형평성 차원에서 제외될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길병원을 비판한 한 신문에서도 “복지부 방침대로라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경우도 길병원이 진료의 질적 양적 평가에서 인하대병원을 크게 앞서기 때문에 선정이 유력시된다”면서 “정부의 연구비나 지원금이 길병원에 집중되는 것은 지역의료 균형발전의 저해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 “생명 직결된 것을 나눠 먹기하란 말인가”
길병원이 경쟁력에서 자신이 큰 첫 번째 이유는 흉부외과, 혈관외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이 협진하는 심장센터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점 때문. 뇌혈관센터 역시 응급시스템, 최신 의술과 장비, 재활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다. 게다가 신익균(심장내과), 박국양(흉부외과), 이언(신경외과), 김우경(신경외과) 교수 등 쟁쟁한 실력의 의료진도 포진했다.
뇌혈관질환 발생 3시간 이내 진료체제를 구축해 환자가 도착하면 전자 차트 경보와 문자가 즉시 뇌졸중 팀에게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응급치료를 받은 환자는 후유증을 줄이고 입원 기간을 줄이기 위해 뇌졸중 집중치료실에서 관리를 받게 된다.
길병원은 1995년 독립된 건물의 전문화된 심장센터를 개원했으며, 최근 몇 년간 심평원에서 주관하는 급성심근경색 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았다.
1993년 복지부가 처음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할 때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지원하는 의료기관이 거의 없었지만 길병원은 적극적으로 나서 인천•서해권역 응급의료센터로 발전시켰다. 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는 10년 연속 전국 최우수 응급의료기관으로 평가 받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명성을 높이면서 중증외상특성화 센터와 닥터헬기 지정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인천의 다른 병원이 “길병원만 병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I병원 홍보 관계자는 “길병원의 로비 실력이 세다는 것은 정평이 나있다”면서 “인천지역 다른 병원의 피해도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에선 인천지역 병원계가 길병원의 독식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기사를 내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사의 댓글에는 “솔직히 인천에서 길병원 만한 병원 있나” “길병원이 좋으니까 저렇게 다 가져갈만한 것 아닌가요?” 등의 반발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길병원 측에서는 “정부 지원사업의 내용을 보면 단순한 혜택이 아님을 금세 알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바라기아동센터, 광역정신보건센터 및 광역자살예방센터는 길병원의 자원(외래, 입원시설)을 활용해 진료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증진, 자살예방, 아동성폭력예방 등의 사업을 하는 순수 보건사업이다. 따라서 길병원은 이들 센터에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센터장의 인건비 등을 부담하는 등 지역발전에 공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천지역암센터는 국립대병원에서 운영하는 9개 지역암센터와 달리 국가로부터 시설비, 장비 구매비 등 100억 원 이상을 지원받는 종합형 암센터가 아니라 오직 지역주민을 위한 암관리 사업을 위해 매년 1억6,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 기능형 지역암센터다. 이 때문에 길병원은 암관리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사업 관련 요원의 인건비와 사업비에 연간 4억 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는 신생아중환자실 진료수가가 낮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이고 모든 병원이 피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I병원 관계자는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 길병원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지역 병원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길병원 측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관련된 것을 ‘나눠먹기’로 처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면서 “인천지역 환자의 상당수가 서울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상황에서 지역병원도 최선을 다하면 서울의 대형병원 못지않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모델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권역외상센터, 심뇌혈관센터 선정 등과 관련해서 말이 많지만 정부는 국민 전체의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도록 결정을 내린다”면서 “선정기준과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따라 가장 적합한 병원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