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닥터] 약사로 출발 ‘슈퍼 에이전트’ 된 남자
‘괴물 투수’ 류현진(25)에 약 280억 원을 베팅, 교섭권을 따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이 LA 다저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관심사는 류현진의 연봉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류현진은 앞으로 한 달 여 동안 LA 다저스와 단독으로 계약 교섭을 벌인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의 연봉이 최소한 40억 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류현진이 당장 LA 다저스 선발진에 합류할 만큼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의 뒤에 ‘슈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60)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대리인을 맡은 보라스는 앞으로 입단 협상을 진두지휘한다.
‘1인 선수 노조’, ‘악마의 손’이라는 별명과 함께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보라스. 그는 최근 2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엄청난 계약을 성사시키며 이름을 떨쳐왔다. 2006년 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뉴욕 양키스와 10년간 2억7500만 달러(약 3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에 연봉 계약을 성사시킨 것도 바로 그다.
2009년에는 샌디에이고 스테이트대학에 재학 중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워싱턴 내셔널스에 4년간 1510만 달러(약 164억 원)에 입단시켜 메이저리그 사상 신인 최고액 선수를 탄생시켰다. 보라스는 한국 야구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02년 박찬호가 LA 다서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할 때 5년 계약에 6500만 달러(약 708억 원)의 거액을 받게 해준 인물도 그였다.
현재 추신수(클리블랜드)의 에이전트도 맡고 있는 보라스는 이번 류현진의 입단 협상에서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500만 달러(약 163억 원) 이상의 조건을 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스는 “류현진은 성장을 위한 단계가 필요 없이 빅 리그에서 당장 던질 준비가 된 선수”라며 2년 뒤에는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는 점을 들어 LA 다저스를 압박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선수에게는 ‘천사’, 구단에게는 ‘악마’로 불리는 보라스가 약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퍼시픽대학교 약학박사인 그는 제약회사를 다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땄고 이후 메이저리그에 있던 친구를 도와주다가 에이전트가 됐다.
약사에서 슈퍼 에이전트가 된 보라스. 그를 보면서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생 검사 42명 중에 의사와 약사, 공인 회계사 등 전문직 출신들이 다수 임용된 사실이 떠올랐다. 의사나 약사 출신 검사는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좀 더 명쾌하게 처리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분야로 뛰어들어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