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고 싶지 않을 때, ‘붙잡기’

섹스가 하고 싶을 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상대방의 성기를 붙잡는 거다. 별로 창의적이지도, 그렇다고 섬세하거나 세련된 접근도 아니지만 적어도 도중에 불발될 염려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전화를 붙잡고 사람들과 일정을 맞추는 일이 하는 일의 절반인 시절, 집으로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날일수록 스트레스의 반대급부로 성욕이 치솟는다. 때마침 남자친구가 옆자리에 있으면 나는 남친의 눈(사실 눈보다는 입술을 바라보는 게 좀 더 미묘하게 섹시함)을 응시하며, 그의 페니스를 움켜쥔다. 손보다 입을 남자의 그 곳에 가져다대면 더 확실하겠지만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말한 후유증으로, 되도록 입으로 무언가를 하는 행위는 삼간다. 행여나 그가 자신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뒤로 물러날까 가슴도 최대한 그의 어깨에 들이댄다. 이래도 안 할 거야? 이래도?

드물지만 설사 남자가 거부한다 하더라도 괜찮다. 파트너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그의 페니스를 잡았다 남자의 변덕으로 중도에 버려진 희생양도 아니고, 스스로 남자의 성기를 잡았으니 드라마가 중간에 끝나도 주인공은 여전히 나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느긋한 마음으로 남자의 중심을 잡지는 않는다.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자의 성기를 붙잡은 적이 있다.

나보다 키도 작은 TS. 함께 스포츠 경기도 관람하고, 주말에 둘이서 저녁도 먹는 사이로, 친구 이상의 관계 선상에 있는 남자였다. 어느 더운 여름 밤, TS 집으로 놀러 간 나는 내심 섹스를 기대하며 집에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다. 그래서 처음으로 그의 침실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냈는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잠만 잤다. 당신 집에서 자고 싶다는 여자의 제스처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잠자리만 제공한 남자라니. 처음에는 외계인(?)인가, 하고 생각했다. 조금 정신을 차린 다음에는 혹시 게이 아냐? 아니면 발기 부전인가...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다 결국 이른 새벽에 먼저 눈을 떠 파자마 위로 드러난 그의 아랫도리 상태까지 확인했다. 다행히 발기부전은 아니다. 그 날 이후 나는 여러 루트를 통해 그가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그의 성기를 냅다 잡아버린 것!

릴레이션십을 이제 맺으려는 애송이 커플이라면 여자가 남자의 페니스를 잡을 때 조금 어설퍼도 그게 귀엽게 보인다. 하지만 타고난 것-예를 들면, 유사시 빛의 속도로 젖는 질벽-과 상관없이 손기술은 여자가 노력할수록 느는 섹스 테크닉이라고, 나는 굳게 믿기 때문에 약간의 팁 정도는 알고 있으면 좋다. 예를 들면, 페니스를 잡을 때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고, 돌리고, 감싸고 내려오다 간간이 귀두 뒷부분(+고환도 잊지 않고 챙기기)을 강아지 쓰다듬듯 부드럽게 매만지기. 또, 무작정 덤빌 것이 아니라 손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고려해 먼저 편한 자세를 찾기 같은 것들 말이다.

참을 수 없는 권태감이 들러붙은 오래 된 커플도 마찬가지다. 섹스가 뜸하다보니 상대에게 잠자리 요구를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 지 난감할 때, 역시 빠른 해결 방법은 하나다. 성기를 붙잡아라. 붙잡고도 서로 불타오르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행운을 빈다.

 

실패하고 싶지 않을 때, ‘붙잡기’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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