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의 연관성

섹스를 얼마나 오래 하느냐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분명 인터코스 시간이 섹스를 생각한 시간에 비해 턱없이 작아서 그렇다. 나는 이게 스스로 밥을 빨리 먹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생각하는 시간에 비해 밥을 먹는 시간이 짧은 것에 대한 욕구 불만. 혹은 자기 비하.

인스턴트 요리 외에 나의 밥 먹는 속도를 능가하는 조리법을 찾기란 불가능할 정도로, 나는 밥을 빨리 먹는다. 그래서 오랜 생활 습관에 변화도 주고 다이어트도 할 겸 식사를 느리게 하려 요즘 애쓴다. 처음에는 그냥 속도만 조절하면 되겠지 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는데, 역시 몸에 밴 행동을 고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먹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수저 대신 포크와 나이프를 드는 것. 결과는? 효과 만점이다!

포크와 나이프로 밥반찬을 먹으면 일단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하다. 또, 포크로 반찬을 콱콱 집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나이프로 한 번 잘라 제지하니 최종적으로 음식이 입 안에 들어오는 시간은 예전보다 많이 늦어지는 셈이다. 좋아하는 음식 앞에선 쉬이 자제력을 잃고 덤비는 자신을 탓하곤 했는데,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요리를 느리게 즐기고 더욱이 더 이상 자기비판을 할 필요도 없으니 마음도 편하다.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섹스를 어떤 식으로 했을까 상상한 적이 있는데, 분명 자제하지 않으면 맛있는 요리에 초반 러시하는 습관처럼 일단 파트너의 몸 안에 들어가는 것에 급급해 종국에는 “넌, 넣었다 뺐다 밖에 모르는 돼지 같은 X야!” 라는 비난을 듣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하튼 요리를 음미하려는 노력처럼 좋아하는 사람과의 잠자리를 보다 느리고, 오래 즐기려면 본인의 끈기 외에 오르가슴으로 가는 폭주를 제지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옷을 자신의 손으로 일일이 벗기는 것 같은.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전에 자기 옷만 싹 벗고 할 일 끝났다는 듯이 누운, 얌체 같은 파트너에게 ‘나는 오늘 손이 없는 사람’이라는 자세로 옷 벗기기를 맡기는 거다. 이럴 때 단추 많은 셔츠는 훌륭한 도우미. 썩 흥분도가 오르는 일은 아니나 당장의 희열을 잠시 미루는 데 작으나마 도움을 준다. 그리고 단 3초면 할 수 있는 일을 30초 이상 한다. 상대의 가슴 한 쪽을 스치는 핸드 모션의 속도만 평소의 배 이상으로 늦춰도 늘어져있던 상대가 바짝 긴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녀의 오르가슴 타이밍을 꼭 맞춰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문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상대의 리듬을 의도적으로 끌어 올려줘야 할 때가 있다. 내가 폭주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보다 상대를 폭주하게 만드는 것, 이를 테면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압박하는 테크닉으로 서로의 페이스를 맞추는 거다. 정상위에서 남성이 피스톤 운동을 하다 잠시 멈추고, 성기의 뿌리 부분을 클리토리스 위에 대고 밀어 붙였다 다시 삽입하기를 반복해보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침대 위 끈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남성분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참으로 아름다운 기술이다. 물론 이런 강력한 압박을 꼭 페니스 혼자 하란 법은 없다. 남자의 손가락도 클리토리스 주변부에서 적극 거들게 한다. 남자의 크고 두툼한 손가락이 아무 느낌 없는, 두툼한 여자의 허벅지 바깥쪽 살 위를 배회하게 놔두는 건 아깝지 않나.

그리고 평소 섹스 패턴을 연장하는 작업이 성가시게 느껴지면 그냥 하던 대로 하되, 횟수만 추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치고 빠지기 밖에 모르는 무식한 패턴도 여러 번 쌓이면 나름대로 우직한 장점이 될 수 있다.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 방법을 고수하면 잦은 발기로 인한 몸속 에너지 방전이란 단점이 있기에 다음 날의 생활이란 것을 무시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있는 사회인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섹스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의 연관성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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